앞으로 재산을 숨겨 놓고 파산.회생을 신청하는 양심불량 파산자들은 설 땅이 좁아진다.

대법원은 파산이나 회생을 신청하는 사람과 기업 명의의 재산을 전국 전산망을 통해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전자재산조회시스템'을 도입,지난달 31일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고 2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건물.토지 현황 정보를 보유한 법원행정처,금융자산 정보가 있는 은행을 비롯해 전국 200여개 기관과 연결돼 있다. 따라서 채무자의 재산 파악에 필요한 시간이 기존 수개월에서 2주일로 대폭 단축된다. 송달료가 필요없어 비용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법원행정처의 김진석 민사정책심의관은 "'전자재산조회시스템' 도입으로 자신의 재산을 숨겨 놓은 '양심불량' 파산.회생 신청자를 엄격하게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지금까지 파산.회생 신청자의 재산을 파악하기 위해 사실조회신청서를 개별 기관에 우편으로 송달하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신청서를 작성해 금융회사 등에 일일이 우편으로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행정력에 한계가 있어 실무상 이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파산.회생 신청자들은 자신 명의의 재산이 있는데도 그동안 빚을 손쉽게 면책받았다. 학력 위조 파문을 일으켰던 신정아씨가 지난해 재산을 숨긴 채 개인회생 절차를 밟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고영한 수석부장판사는 "재산을 숨겨 놓고 면책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모럴 해저드'를 막기 위한 대책"이라며 "이 시스템을 통해 숨긴 재산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재산을 숨기고 빚을 탕감받으려는 사람들의 파산 신청 시도를 사전에 막는 예방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