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나홀로 호황'을 구가했던 백화점들이 지난 9월에 이어 10월에도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와 주가폭락으로 인해 경기에 덜 민감한 상류층마저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서 백화점 경기가 본격 하강 국면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월대비 3.2% 늘었다. 하지만 작년 말 개점한 부산 센텀시티점을 빼면 1.0% 증가에 그쳤다. 현대백화점도 9월 3.0%에서 지난달 1.5%로 증가율이 반토막 났고,신세계는 지난달 5.7%로 늘어 비교적 선방했지만 당초 예상치인 10% 선에 크게 못미쳤다. 최근 물가상승률(5%대)을 감안하면 백화점 3사가 사실상 '제로'(0) 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한 셈이다.

백화점 3사 매출은 이미 8월(14.0%)을 고비로 급전직하로 추락하고 있다. 9월 매출(―0.3%)이 올 들어 처음 감소했을 때만 해도 백화점들은 경기위축보다는 '늦더위와 이른 추석,휴일수 감소'를 주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지난달에도 매출 부진이 이어지자 "그동안 우려해 온 중산층 이상의 소비심리 위축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공통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들이 지난달 대규모 기획ㆍ할인행사나 이벤트 등 온갖 마케팅 수단을 총동원했고 날씨도 좋았기 때문에 경기침체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걱정했다. 백화점 업계에선 주가 변동을 백화점 매출의 선행지표로 보는데 최근 주가 급락으로 인한 투자손실,펀드 평가손 등이 중산층의 소비심리를 급속히 위축시킨 때문으로 보고 있다.

상품군별로는 전체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의류와 가전,가구 등 내구재 판매가 극도로 부진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남성의류가 6% 줄었고 잘 나가던 여성의류마저 2% 감소했다. 신세계도 여성의류가 1.7%,남성의류는 1.5% 각각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혼수 시즌임에도 TV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가전 매출이 롯데에서 7%,신세계에선 17.8%나 급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