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캔디 쿵, 우승부담감에 작년엔 골프채 쳐다 보지도 않아
무릎통증 딛고 5년만에 美LPGA 하나은-코오롱챔피언십 V


2일 미국 LPGA투어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총상금 160만달러) 최종라운드가 열린 인천 영종도 스카이72GC 오션코스 9번홀(파5).캔디 쿵(대만)의 티샷이 왼쪽 깊은 러프로 날아갔다. 쿵은 러프에서 5번 아이언으로 세컨드 샷을 한 다음 왼쪽 무릎을 잡고 쓰러질 뻔하며 캐디를 부둥켜 잡았다. 대회 전부터 좋지 않던 무릎에 통증이 온 것.의료팀이 달려와 라운드를 마칠 수 있는지 여부를 진단했을 정도였다. 쿵은 약간 절룩거리면서 세 번째 샷 지점으로 갔다. 76야드를 남겨두고 로브웨지로 친 세 번째 샷이 그대로 홀로 빨려들어갔다. 이글이었다. 쿵은 이 이글에 힙입어 단숨에 선두로 솟구쳤고 최종합계 6언더파 210타로 2위 캐서린 헐(호주)을 1타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2003년 이후 5년 만의 우승이었다. 쿵은 지난해 8월 캐나디언여자오픈을 마친 뒤 올해 2월까지 6개월간 골프채를 거의 잡지 않았다고 한다. 샷이 안 되는 건 아니었으나 우승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2002년 투어에 데뷔한 쿵은 2003년 3승을 거두며 톱랭커로 잠깐 떠올랐으나 이후 우승을 추가하지 못하며 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쿵은 "5년간 우승을 못하면서 우승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인해 견딜 수가 없었다. 워낙 한가지에 집중을 하는 성격이다보니 우승에 대한 강박관념이 투어 기간 내내 떠나질 않았다. 심리적으로 너무 지쳐 도저히 투어를 뛸 수 없다고 판단해 시즌을 중도 포기하고 대만으로 돌아갔다"고 털어놨다.

쿵은 대만에서 가족들과 놀면서 시간을 보냈다. 연말에 열린 렉서스컵에 출전할 때만 빼놓고 올해 2월까지 골프채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올해 투어에 복귀한 쿵은 지난 9월 나비스타대회에서 공동 2위에 오른 게 시즌 최고 성적으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연습라운드 때부터 샷 감각이 좋았다. 대회 기간 내내 공이 원하는 대로 갔다. 최종일 우승경쟁에 뛰어드니 다시 우승에 대한 압박감이 왔다. 그러나 9번홀에서 재발한 무릎 통증이 오히려 약이 됐다. 쿵은 "후반 9개홀을 도는 내내 아픈 무릎에 신경이 쓰였다. 지금도 '핫팩'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무릎 통증이 우승에 대한 지나친 부담을 분산시켜 주는 역할을 한 것 같다. 다시 우승자 대열에 들어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올 시즌 2위만 세 번을 한 장정(28)과 한희원(31·휠라코리아),이지영(22·하이마트),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이 합계 4언더파 212타로 공동 3위를 했다. 상금랭킹 2위 폴라 크리머(미국)는 4개의 버디를 잡으며 한때 2타차 2위까지 오르며 시즌 5승째에 도전했으나 16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이 물에 빠지며 더블보기를 기록,합계 2언더파 214타로 공동 9위에 머물렀다. 신지애(20·하이마트)는 1언더파 71타를 쳐 합계 이븐파 216타로 박세리(32) 등과 공동 17위에 머물렀다. 전날 선두였던 김인경(20·하나은행)은 보기 5개,버디 1개로 4오버파 76타로 부진하며 공동 13위에 그쳤다.

스카이72GC(인천)=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