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1.53배 … 美 · 日 보다 훨씬 높아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또 중소기업 세 곳 가운데 한 곳이 투기등급으로 분류되는 등 경기 침체 및 고금리 여파로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08년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가 갚아야 할 연간 대출이자는 49조9000억원으로 가처분소득(509조5000억원)의 9.8%에 달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10.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의 채무 부담 능력이 그만큼 악해졌다는 의미다. 이 비율은 2004년 6%대 초반에 불과했지만 이후 부채 규모가 커지고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매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2007년 말 1.48배에서 지난 6월 말 1.53배로 높아졌다. 이는 미국(1.32배)이나 일본(1.11배)에 비해 한국의 가계가 소득으로 금융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가계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가 차지하는 비율도 2007년 말 43.3%에서 6월 말 45%로 늘어났다. 이는 실물자산 처분 없이 금융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됐다는 뜻으로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 증가 등으로 금융부채는 급증한 반면 주가 하락 등으로 금융자산 증가폭은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고용마저 악화되면서 개인 파산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개인파산자는 7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5만6000명) 대비 27%가량 늘어났다. 연간 기준으로 올해 개인파산자 수는 14만2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가 상승한 가운데 금융부채가 소득이나 금융자산보다 빠르게 늘어나 가계의 채무 부담 능력이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며 "특히 소득 수준보다 차입 규모가 과다한 가계는 원리금 상환에 애로를 겪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신용도 나빠지고 있다. 한은이 '중소기업 신용등급 DB(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10만1839개 중소기업의 신용 위험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말 현재 투기등급 업체는 33.5%로 작년 말(28.1%)보다 5.4%포인트 늘었다. 반면 우량등급 업체는 24.1%로 작년 말(30.4%)보다 6.3%포인트 줄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시장금리가 높아지면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실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