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후에도 내는 판매 보수부터 낮춰야"
주식형 보수 연 2.07%…美1.99% 佛1.84%보다 높아
판매사가 60%이상 차지 '기형구조'…장기투자 막아
[펀드비용 집중진단] "펀드 수수료·보수 너무 많다" 투자자 불만
자영업을 하는 김모씨(48)는 요즘 펀드 투자를 계속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그는 2년 전인 2006년 10월 말 장기 투자할 목적으로 1억원을 국내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다. 현재 수익률은 -9% 정도로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지만,펀드 판매사와 운용사에 지급하는 비용(보수)이 많아 불만이다. 특히 한 번만 내도 될 것 같은 판매보수를 가입 후에 계속 떼가는 것이 불만이다.

그는 첫 해에 수수료 100만원에다 보수 300만원 등 모두 400만원을 냈다. 올 들어선 크게 손실이 났지만 250만원가량을 부담했다. 앞으로 1년에 5%의 수익을 낸다고 가정하면 내년까지 3년 동안 총 850만원을 내게 돼 있다. 김씨는 "투자설명서를 보면 총보수가 5년이면 1500만원,10년이 되면 3400만원으로 불어난다"며 "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는 장기 투자를 권하고 있지만 이 같은 비용을 생각하면 별로 내키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펀드 투자자들 사이에 수수료와 보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가 가져가는 판매보수가 서비스에 비해 너무 많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주식형펀드의 경우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고 있지만 판매사들은 보수를 매일매일 챙기고 있어서다.

2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주식형펀드의 연간 보수는 투자자금에서 손실을 뺀 순자산의 평균 2.05%다. 이 중 판매사와 운용사 몫은 각각 1.28%와 0.77%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판매사와 운용사의 보수 비율은 7 대 3 내지 6 대 4로 오히려 판매사가 더 많이 가져간다.

이는 선진국들과는 정반대다. 펀드의 전체 보수 중 판매보수 비중은 미국이 14.1%에 불과하고 호주(21.3%) 프랑스(31.6%) 독일(36.5%) 영국(42.8%) 등 대부분의 국가가 20∼40% 수준이다. 선진국들은 대신 운용보수가 훨씬 많다. 영국 57%,독일 63%,미국 85% 등이다.

이 때문에 외국에 비해 많은 판매보수가 펀드 투자비용을 늘린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펀드 판매보수가 기형적으로 높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펀드 판매와 운용이 분리돼 은행과 증권사가 펀드를 팔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다. 이전에는 투자신탁회사가 운용과 판매를 함께 맡았지만 대규모 적자로 투신사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로 분리되면서 증권사는 판매를,자산운용사는 운용을 전담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때 정부가 투신사의 부실을 상당 부분 떠안은 증권사에 '손실 보전' 명목으로 펀드 보수 중 판매사 몫을 높여준 것이 시발점이 됐다.

문제는 펀드 투자가 대중화되면서 불거졌다. 전국에 펀드 판매채널인 지점망을 가진 은행과 일부 대형 증권사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판매보수와 운용보수 간 비율이 '7 대 3' 또는 '6 대 4'로 굳어졌다.

중견 운용사의 마케팅본부장은 "펀드 판매에서 특히 은행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판매사와 운용사는 사실상 '갑'과 '을'의 관계"라며 "이 같은 구도에서 판매보수를 낮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판매사 측은 입장이 다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형펀드의 경우 창구 직원이 고객과 장시간 상담해야 하고 재교육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등 비용 부담이 크다"며 "여기에 고객관리와 전산비 등 간접비용도 상당하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판매보수를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개선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내년부터 판매사들이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별로 보수를 차등화할 방침이다. 또 투자 기간이 길수록 판매보수를 낮게 받는 펀드 상품 개발도 유도하기로 했다. 원승연 영남대 교수는 "판매보수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