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여성호르몬 급감 … 편두통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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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남성보다 통증에 더 민감하다는데
운동부족ㆍ육아 스트레스도 요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질병 및 스트레스에 의한 통증을 겪고 살아가지만 아픔에 대한 반응은 남성과 여성간에 큰 차이가 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통증에 대한 역치가 낮아 더 낮은 강도의 자극에 도더강한통증을느낀다. 여성이 통증에 훨씬 민감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은 더 반복적으로 통증을 경험하고 그 기간도 더 길다. 통증을 유
발하는 질환에서도 성차가 있다.
여성은 편두통을 포함한 두통,섬유근육통,턱관절통증,관절염에 의한 통증이 많은 반면 남성은 역류성식도염,통풍,심장관상동맥질환 등에 의한 통증 빈도가 더 높다. 임상적으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 중 여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는 질환의 종류가 남성의 2배 이상으로 많다.
박기덕 이대 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여성이 통증 자극에 취약한 것은 남녀 체형의 차이,여성 호르몬의 영향,뇌의 구조적 및 기능적 차이 등 생물학적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우선 근육 인대 등 결체조직이 적은 여성은 남성보다 통증에 민감할 수 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남녀간의 통증 차이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남성에 비해 여성에
게서 3배 이상 많이 발생하는 편두통은 가임 연령대(15∼50세)에선 5배로 더 증가한다. 편두통을 겪고 있
는 여성 환자의 절반 이상이 월경 시작 전후 2일 사이에 통증의 강도나 빈도가 증가하는데,이는 이 시기에 에스트로겐이 급감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턱관절통증도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서 2배 이상 많이 발생한다.가임 연령대에서 더 자주 발생하고 월경 전이나 월경 도중에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월경과 함께 심한 통증과 불쾌감을 수반하는 월경곤란증은 월경기에 자궁내막 세포들이 파괴되면서 분비하는 프로스타글란딘 및 여러 염증성 매개물질들이 요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이들 물질에 의해 자궁이 수축하면서 통증이 유발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런 원인이 아니더라도 여성은 여러 원인에 의한 하복부 통증과 요통을 자주 호소한다.
뇌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에도 남녀차가 있다。예컨대 강력한 진통 효과를 내는 아편 유사체 약물의 경우 이에 대응하는 수용체가 다르다.
아편 수용체는 카파(kappa)와 뮤(mu)가 있고 뮤 수용체가 통증에 더 많이 관여하는데 여성이 카파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봐 남녀 간에 통증을 진정시키는 메커니즘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뇌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찍어봤더니 통증 자극에 대해 활성이 증가하는 뇌 부위에 남녀차가 있었다. 건강한 남녀 각 20명을 대상으로 피부에 전기자극을 가한 결과 여성은 남성에 비해 전기자극에 대한 감각 역치가 낮아 통증에 더 민감한 것으로 확인됐고 근육 수축을 유발하는 최소한의 자극에 대해 여성이 인지하는 통증의 강도가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미국 신경학회지(Annals of Neurology)에 실린 바 있다。
이 병원 김지영 신경과 전문의는 "이 같은 남녀 간의 생물학적 차이 외에도 정서,스트레스 대응 방식,사회적 역할,보건의료 서비스 이용 빈도 등의 차이와 같은 사회심리학적 요인도 통증의 인지 방식과 민감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대표적으로 가사 및 육아에서 반복 작업 수행과 스트레스,건강관리에 필요한 운동 부족 등이 여성의 통증 민감도를 올린다”고 설명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