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된 후 갑자기 눈나빠지면 단순한 굴절이상 아닌 '병적 근시' 가능성
고도근시 있으면 백내장 발병 5배나 높아… 자외선 오래 쐬어도 위험


안과를 찾는 가장 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근시 때문이다.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강남성모병원 등 13개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이 2003~2007년 안과 방문환자를 조사한 결과,근시 관련 환자가 7.8%로 나타났다. 이들 환자의 연령별 비율은 50대가 16.8%로 가장 많았고 10대가 14.4%로 그 뒤를 이었다. 성장기ㆍ사춘기인 10대에 눈이 한번 나빠졌다가 노화와 성인병으로 본격화되는 50대에 다시 시력이 악화돼 안과를 찾게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성인이 돼 갑자기 시력이 나빠지는 근시는 단순한 굴절이상이 아닌 '병적 근시'일 가능성이 있다. 근시가 중증 안과 또는 내과질환을 반영하는 척도일 뿐 아니라 근시 자체가 다른 안과질환이나 실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시력은 어렸을 때 한번 나빠지고 이후엔 큰 이상이 없을 것이란 고정관념을 버리고 평생관리에 나서야 한다.

대한안과학회(이사장 이하범)는 오는 11일 '눈의 날'을 맞아 근시를 유발하는 뿌리질환으로 원추각막 망막변성 백내장 녹내장 원추각막 사시 등 5대 질환을 꼽았다. 원추각막은 각막이 원뿔형으로 전방을 향해 돌출하는 것으로 사춘기부터 서서히 시작된다. 처음에는 가벼운 근시였다가 점차 심해져 난시로 악화되는데 마침내 안경으로 교정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이후에는 RGP(Rigid Gas Permeable)하드 콘택트렌즈를 사용해야만 시력교정이 가능하다. 점차 각막이 아래로 처지고 중앙부가 얇아지는데 심한 경우 각막 뒷부분이 파열되면서 하얗게 혼탁해진다. 최악의 상황에선 각막이식을 해야 한다. 각막지형도 검사 등으로 조기대응해 악화되는 상황을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망막변성의 대표적 질환은 망막박리다. 안구를 채우는 반고형의 유리체가 액화되면서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이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어느날 갑자기 눈앞에 검은 점이나 실타래가 보이고 파리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비문증이나 시야에 빛이 번쩍거리는 광시증이 나타나면 안과를 방문해 망막검사를 하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근시 자체가 망막박리를 초래할 위험은 근시가 없는 경우보다 7.8배 높은 것으로 조사돼 있다. 시신경이 모여 있는 망막하부(황반)에 신생 혈관이 마구 생성돼 망막신경세포에 손상과 출혈이 일어나는 황반변성도 최근 증가 추세다. 이들 망막질환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실명위험을 면할 수 있다.

고도근시를 가진 사람은 또래에 비해 백내장에 걸릴 위험이 2.8∼5.5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수년 새 등산 스키 수상스포츠 골프 등의 야외 레저활동이 늘면서 자외선과 부상에 의한 40∼50대의 백내장이 늘고 있다.

호주에서 진행된 '블루 마운틴 아이'연구에 따르면 근시 정도는 녹내장 발생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경도 근시에서는 2.3배, 중등도 이상의 근시에선 3.3배나 녹내장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시가 있으면 안압이 평균보다 높으며 같은 녹내장이라 하더라도 진단이 더 어렵고 시야결손을 동반한다.

심한 근시로 안구 전후방의 장축 길이가 길어지거나 안구운동에 관여하는 외안근의 조절기능에 문제가 있을때 사시가 유발될 수 있다. 사시나 약시의 경우 안구운동과 관련된 근육 기능을 정지시키는 조절마비제를 투여해 정확한 시력을 측정하고,급속도로 진행되는 근시를 늦추거나 약시를 교정할 수 있다.

눈에도 종합건강검진이 필요하다. 시력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게 우선이며 안압을 재서 녹내장 망막박리 맥락막박리 안구위축 안구천공 등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 밖에 세극등현미경검사,안구돌출도검사,망막전위도검사,안구초음파검사,각막내피세포검사,형광안저촬영 등 10여가지 검사를 통해 각막 망막 수정체 유리체 안구혈관 등에 문제가 없는지,내분비계 이상에 의한 눈 합병증인지 점검해봐야 한다.

김성주 대한안과학회 홍보이사(서울 김안과병원장)는 "근시는 다양한 안과질환을 숨기고 있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10세 이전엔 근시 사시 약시,10대엔 원추각막,20대엔 컬러렌즈나 콘택트렌즈 착용으로 인한 이상,30대엔 조기 발생하는 망막질환,40대엔 백내장,50대엔 녹내장 등을 중점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눈에 대해 잘못 알려진 건강상식

1.시력검사표를 읽을 수 없는 아이들은 시력검사를 할 수 없다.

▷유소아 전용 시력측정용표가 있다. 한 살 생일이 지나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안과 검진을 받도록 한다.

2.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진다.

▷안경 착용과 근시나 원시의 진행은 상관관계가 없다.

3.계속 안경을 쓰는 것보다 가끔 쓰는 것이 시력에 더 좋다.

▷약시인 경우에는 항상 쓰는 게 바람직하다. 단 어느 정도 성장한 후의 근시는 이와 무관하다.

4.눈 운동을 하면 시력이 좋아진다.

▷이를 옹호하는 연구도 있으나 근거가 없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모빌도 아이의 시력 발달에 이렇다 할 도움이 되지 못한다.

5.안경을 오래 쓰면 눈이 작아지거나 튀어 나온다.

▷근거 없다.

6.TV를 가까이에서 보면 근시가 온다.

▷어린이는 안구조절력이 좋아 웬만하면 근시가 오지 않으나 시청시간이 길어지고 주위 조명이 어두울 경우 근시가 올 확률이 높아진다.

7.사시는 수술이 아닌 안경으로도 교정할 수 있다.

▷조절성 내사시인 경우만 안경으로 교정할 수 있다.

8.약시 치료는 언제 시작하더라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려서 시작할수록 좋고 일곱 살이 넘어가면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약시는 기능상의 문제라서 성인이 돼 라식수술을 받더라도 교정시력이 호전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