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株, 본격 반등 시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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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지주사들이 하나 둘 실적을 발표하면서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반응이 나온다. 예상대로 은행 실적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주 수익원인 예대 마진은 계속 악화되고 있고, 부실은 부각되는 형국이다. 역사적 최저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은행주에 투자자들의 손길이 선뜻 안 가는 이유다.
그러나 글로벌 신용경색이 점차 완화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연일 내놓고 있어 지금이야말로 은행주 매수에 나설때라는 주장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은행 실적, 우려가 현실로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지주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이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KB금융지주의 순이익은 568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0.7% 감소했다. 인도네시아 BII(Bank Internasional Indonesia) 지분 매각으로 2358억원의 영업외 이익을 내고도 이익 감소폭이 컸기 때문이다.
비이자부문의 이익은 전분기 대비 65.1% 감소한 1190억원에 불과했던 반면, 대손상각비는 전분기 대비 44.1% 늘어난 3461억원에 달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순이자마진이 전분기보다 0.09포인트 줄었고 자산건전성 또한 악화 추세가 뚜렸했다. 특히 3분기 들어 상각자산의 회수율 하락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올 4분기 전망은 더 안 좋다. 최종원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로 KB금융지주의 4분기 자산건전성은 더욱 악화하고 충당금 적립기준은 강화되면서 4730억원의 충담금이 적립될 것"으로 추정했다.
성병수 푸르덴셜증권 연구원도 "마진 하락세는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나 자산 성장과 이자이익의 성장 둔화가 지속되고 금융시장 불안으로 비이자이익도 단기에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며 대손비용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업이 다각화되어 있어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신한금융지주도 사정은 비슷하다. 3분기 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59.1% 줄어든 3233억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리먼브라더스 관련 손실로 자회사 굿모닝신한증권이 17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게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태산LCD 관련 손실 733억원 전액이 대손충당금으로 적립됐다. 환율 급등으로 인한 해외 현지법인의 출자금 원화환산 관련 손실도 900억원이 넘었다.
이준재 연구원은 "은행권 최저 수준의 대손상각비를 유지하고 있는 등 신한지주의 높은 수익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은 주가 할증 요인으로 작용하나, 대손상각비 증가에 따른 높은 이익 가변성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태산LCD와 통화옵션 거래로 손실을 크게 본 하나금융지주는 73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태산LCD 관련 충당금만 2500억원에 달했다. 태산LCD 손실을 빼도 세전이익이 1517억원에 불과해 최근 4개 분기 평균 이익(3860억원)의 절반도 안 된 것으로 집계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하나금융지주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준재 연구원은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95%로 전분기 대비 0.18%포인트 상승했고, 중소기업대출 연체율도 전분기보다 0.43%포인트 늘었다"고 말했다.
◆주가는 저점 가능성 높아
은행들의 실적이 이처럼 악화되고 있음에도 애널리스트들의 '매수' 의견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이익 규모에 비해 주가가 너무 싸다는데 있다. 앞으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관련 잠재 손실과 파생상품 손실 등을 고려해 이익 규모가 줄어도 주가가 더 떨어지기는 힘들다는데 상당수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 한다.
실제로 최근 은행주들은 부진한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10분 현재 증시에서 신한지주가 전날보다 1650원(5.27%) 오른 3만2950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비롯해 KB금융(1.88%) 우리금융(5.20%) 하나금융지주(5.50%) 등 은행주가 지수 상승을 이끄는 모습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익스포져(위험노출액)에 대한 손실률을 5%로, 통화파생상품 관련 손실을 원/달러 환율 1300원으로 놓고 실적 추정을 해도 올해 말 기준 은행업종(금융지주 포함)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배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는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높은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주요국가 은행들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위기가 세계 각국의 정책 공조로 수습될 가능성이 커진 점도 은행주의 미래를 밝게 한다. 서 연구원은 "최근 미국과 체결한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와 IMF의 220억달러 규모 단기유동성 지원 승인 등은 우리 금융시스템의 약화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는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
그는 "외환시장과 국내 자금시장이 안정되면 은행의 조달비용이 크게 하락할 뿐 아니라 금융시스템 기능 회복으로 과도한 신용 경색에 따른 부실 확대 현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통화 파생생품 손실 축소와 관련 은행의 자산건전성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한국은행의 잇따른 금리 인하 △정부의 10조원 규모 은행채 매입 △유동성 비율 산정기준 완화 △바젤2 적용 시한 연장 등도 외국인 자금 이탈을 약화시켜 은행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그러나 글로벌 신용경색이 점차 완화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연일 내놓고 있어 지금이야말로 은행주 매수에 나설때라는 주장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은행 실적, 우려가 현실로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지주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이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KB금융지주의 순이익은 568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0.7% 감소했다. 인도네시아 BII(Bank Internasional Indonesia) 지분 매각으로 2358억원의 영업외 이익을 내고도 이익 감소폭이 컸기 때문이다.
비이자부문의 이익은 전분기 대비 65.1% 감소한 1190억원에 불과했던 반면, 대손상각비는 전분기 대비 44.1% 늘어난 3461억원에 달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순이자마진이 전분기보다 0.09포인트 줄었고 자산건전성 또한 악화 추세가 뚜렸했다. 특히 3분기 들어 상각자산의 회수율 하락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올 4분기 전망은 더 안 좋다. 최종원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로 KB금융지주의 4분기 자산건전성은 더욱 악화하고 충당금 적립기준은 강화되면서 4730억원의 충담금이 적립될 것"으로 추정했다.
성병수 푸르덴셜증권 연구원도 "마진 하락세는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나 자산 성장과 이자이익의 성장 둔화가 지속되고 금융시장 불안으로 비이자이익도 단기에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며 대손비용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업이 다각화되어 있어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신한금융지주도 사정은 비슷하다. 3분기 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59.1% 줄어든 3233억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리먼브라더스 관련 손실로 자회사 굿모닝신한증권이 178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게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태산LCD 관련 손실 733억원 전액이 대손충당금으로 적립됐다. 환율 급등으로 인한 해외 현지법인의 출자금 원화환산 관련 손실도 900억원이 넘었다.
이준재 연구원은 "은행권 최저 수준의 대손상각비를 유지하고 있는 등 신한지주의 높은 수익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은 주가 할증 요인으로 작용하나, 대손상각비 증가에 따른 높은 이익 가변성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태산LCD와 통화옵션 거래로 손실을 크게 본 하나금융지주는 73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태산LCD 관련 충당금만 2500억원에 달했다. 태산LCD 손실을 빼도 세전이익이 1517억원에 불과해 최근 4개 분기 평균 이익(3860억원)의 절반도 안 된 것으로 집계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하나금융지주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준재 연구원은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95%로 전분기 대비 0.18%포인트 상승했고, 중소기업대출 연체율도 전분기보다 0.43%포인트 늘었다"고 말했다.
◆주가는 저점 가능성 높아
은행들의 실적이 이처럼 악화되고 있음에도 애널리스트들의 '매수' 의견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이익 규모에 비해 주가가 너무 싸다는데 있다. 앞으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관련 잠재 손실과 파생상품 손실 등을 고려해 이익 규모가 줄어도 주가가 더 떨어지기는 힘들다는데 상당수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 한다.
실제로 최근 은행주들은 부진한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10분 현재 증시에서 신한지주가 전날보다 1650원(5.27%) 오른 3만2950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을 비롯해 KB금융(1.88%) 우리금융(5.20%) 하나금융지주(5.50%) 등 은행주가 지수 상승을 이끄는 모습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익스포져(위험노출액)에 대한 손실률을 5%로, 통화파생상품 관련 손실을 원/달러 환율 1300원으로 놓고 실적 추정을 해도 올해 말 기준 은행업종(금융지주 포함)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배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는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높은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주요국가 은행들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위기가 세계 각국의 정책 공조로 수습될 가능성이 커진 점도 은행주의 미래를 밝게 한다. 서 연구원은 "최근 미국과 체결한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와 IMF의 220억달러 규모 단기유동성 지원 승인 등은 우리 금융시스템의 약화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는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
그는 "외환시장과 국내 자금시장이 안정되면 은행의 조달비용이 크게 하락할 뿐 아니라 금융시스템 기능 회복으로 과도한 신용 경색에 따른 부실 확대 현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통화 파생생품 손실 축소와 관련 은행의 자산건전성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한국은행의 잇따른 금리 인하 △정부의 10조원 규모 은행채 매입 △유동성 비율 산정기준 완화 △바젤2 적용 시한 연장 등도 외국인 자금 이탈을 약화시켜 은행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