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지역 헤지펀드 청산 매물 많아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맨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 국적의 외국인 순매도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 순매도의 주도 세력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헤지펀드 청산에 따른 것으로 연말까지는 관련 매물이 수급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9월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5281억원어치를 순매도,작년 6월 이후 16개월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미국 국적 외국인이 가장 많은 3조1487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며 헤지펀드의 주요 설립 지역인 케이맨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도 각각 1조1436억원,1조28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들 3개국의 순매도(5조3212억원)가 전체 외국인 순매도 규모를 넘어선 셈이다.

특히 룩셈부르크 국적 외국인의 순매도는 2007년 이후 최대며 케이맨아일랜드와 합한 순매도 규모도 작년 8월 이후 최대였다.

반면 9월 한 달간 영국계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1533억원에 그쳤으며 아랍에미리트(5752억원) 프랑스(5413억원) 싱가포르(2797억원) 등은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9월은 국내 증시가 미국계 장기 투자 외국인과 헤지펀드의 동반 공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10월 국적별 외국인 매매 동향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난달 순매도(4조6035억원) 중 상당 부분은 헤지펀드 관련 매물로 추정되고 있다. 헤지펀드 투자자들이 유동성 확보나 수익률 부진을 이유로 헤지펀드 청산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승원 UBS 전무는 "지난달부터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롱쇼트(상관관계가 있는 주식 사고 팔기) 성격의 헤지펀드들은 국내 투자를 크게 줄였거나 일부 펀드는 아예 한국을 떠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외국인은 매도 우위를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9일부터 쇼트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의 재매수)을 중심으로 사흘간 350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외국인이 3일 444억원 순매도로 돌변했다. 유 연구원은 "12월 결산 헤지펀드가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연말까지는 관련 청산 매물이 수급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미국계 투자은행 주식영업본부장도 "평균적으로 결산기 6주 전까지는 운용사에 펀드 청산을 알려야 한다"며 "헤지펀드 청산 매물이 이달에도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 투자 성향을 지닌 외국인의 매수 재개도 아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전무는 "일시 반등으로 코스피지수 1200선까지는 갈 수 있다고 보지만 경기침체나 기업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감이 여전해 사러 들어올 분위기는 아니다"고 전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