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美대선, 오바마 후보 밀착 르포 … 빗속 8만여 지지자들 "We can change"

"미국에 큰 변화를 가져올 날이 이틀 남았다. 오하이오에서 시작하자."(버락 오바마 후보)

미국 대통령선거를 이틀 앞둔 2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격전지를 누비며 막판 표몰이에 나섰다.

최대 승부처 중 하나로 꼽히는 오하이오주(선거인단수 20명)의 콜럼버스 클리블랜드 신시내티를 잇따라 찾은 오바마 후보는 '변화(Change)'와 '희망(Hope)'을 외쳤다. 오하이오주는 2004년 대선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손을 들어줘 존 케리 당시 민주당 후보와의 접전을 일단락짓게 했던 지역.

오바마의 연설이 시작되기 4시간여 전부터 클리블랜드 시청 앞 광장으로 몰려든 8만여명의 지지자들은 쌀쌀한 날씨와 갑자기 내린 빗속에서도 "우리는 바꿀 수 있다(We can change)"며 환호했다. 상당수 흑인 지지자들은 희망의 눈물을 글썽였다. 인근 경기장에서 벌어진 미식축구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느라 유세가 예정보다 1시간30분이나 늦어졌지만 그들은 불평없이 오바마를 기다렸다. 앞서 펼쳐진 록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공연도 유세장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평소의 양복 대신 남색 점퍼 차림으로 연단에 오른 오바마는 "유세장에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모든 사람들이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을 보니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커진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투표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분,일초라도 속도를 늦출 여유는 없다"며 반드시 투표에 참석하고 끝까지 지지를 호소해줄 것을 당부했다. 매케인 후보에 대한 공세도 늦추지 않았다. 그는 "매케인 후보는 공화당의 '매버릭'(정통파가 아닌 이단아)일지 몰라도 모든 면에서 부시 대통령을 도와줬다"며 "경제 문제를 비롯한 모든 난관을 초래한 4년을 반복할 수는 없다"고 공격했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의식,구경제에서의 탈출을 새 화두로 던진 것이다.

이날 매케인 후보는 또 다른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와 뉴햄프셔주를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승리할 수 있다"며 "여론조사 결과에 흔들리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 전문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의 지지율은 50.7%,매케인은 44.3%로 오바마가 평균 6.4%포인트 앞서있다. 선거인단은 오바마가 333명,매케인이 181명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매케인이 백악관에 입성하기 위해선 일부 오바마 우세주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ABC방송과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필요한 선거인단 수 270명을 훨씬 넘게 확보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주에서 앞서가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로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세계는 미국의 선택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월가에서도 누가 시장을 살릴 구세주로 적합한지를 놓고 저울질이 한창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24시간 후면 미국이 새 역사를 쓸 것이며,미국 내에서 새로운 파워 엘리트가 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미국 대선 투표는 동부 중부 서부 등 주별로 시차가 있어 현지시간 4일 오후 7~11시(한국시간 5일 오전 9시~오후 1시)에 마감한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는 주로 경합주 위주로 실시되며,당선자는 5일 오전 2~3시(한국시간 6일 오후 4~5시) 정도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클리블랜드(오하이오주)=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