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제도권 애널리스트들의 판단이 유효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글로벌 위기가 고조되면서 급락장이 거듭되자 분석력이 힘을 잃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비제도권에서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명 '사이버 애널리스트'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검증되지 않은 '위기설'을 부풀려 '루머'를 확산시키는 등의 사례가 발생,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어 우려된다.

4일 우리투자증권 박종수 사장은 11월 조회사를 통해 "지난주 목요일 이후 증권시장에서 당사와 관련된 근거 없는 악성 루머로 인해 회사 주가가 심한 등락세를 연출했다"며 "회사는 즉시 시장에 공식 반박자료를 내고 루머 출처에 대해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해 사과를 받아냈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의 '악성 루머' 출처는 증권전문 인터넷사이트 팍스넷에서 활동중인 유명 사이버 애널리스트인 J씨로 드러났다.

이 애널리스트는 유료회원 전용 게시판과 일반회원 게시판 등에서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이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관련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투자증권 주가는 이 루머 등이 확산되면서 장 초반 10% 이상 급등했던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하는 등 요동쳤다.

당시 우리투자증권을 둘러싼 루머는 △PF 3000억원 손실 △리먼브라더스 관련 펀드 지급불능 △펀드 불완전 판매(파워인컴 60억원) △ELS운용 관련 손실우려 △우리은행이 주채권은행인 C&그룹 화의설 등이었다.

우리투자증권은 루머를 퍼뜨린 사이버애널리스트에 즉각 사과문을 요구했고, 이 애널리스트는 팍스넷 게시판을 통해 "우리증권과 리먼브러더스 관련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니 오해없으시길 바란다. 우리증권 주주와 회사에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제도권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두고 사이버 애널리스트의 검증되지 않은 분석에 각별히 주의할 것으로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도권 애널리스트는 "온라인을 통해 무책임하게 루머가 재확산 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치밀한 분석에 의한 리포트가 아닌 단순한 정보사항에 대해서는 걸러 듣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충고했다.

또 다른 제도권 애널리스트는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제도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 유효성을 잃어 가자 비제도권에서 익명으로 활동하는 사이버 애널리스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내용들을 살펴보면 제도권 애널리스트 못지 않은 분석력을 보여주는 내용도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위기설을 부풀리는 행태의 사이버 애널리스트들도 상당수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의 경우 사이버 애널리스트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자세히 파악해 의존하기 보다는 참고자료로만 활용하는 게 바람직한 접근일 수 있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조언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