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업체, 高환율에 가격 10~20% 인상 … 직매입도 중단

웨스틴 조선호텔을 중심으로 거세게 불던 와인 가격 파괴 바람이 시들해지고 있다. 환율이 치솟으면서 유통업체들이 와인 가격을 다시 인상하고 있고,가격 파괴를 위한 산지 직매입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 계열 웨스틴 조선호텔은 지난 7월 와인값을 최고 50% 내리는 등 대대적인 와인값 거품 빼기에 나섰으나 최근 '샤토 탈보 2005'(11만5000원→12만5000원) 등 일부 와인 가격을 슬그머니 인상했다. 또 호텔에서 판매하는 350종의 와인 중 직매입 비중을 종전 10%에서 연말까지 30~40%로 확대하려던 계획과,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 계열사들과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그룹 차원에서 직매입을 추진하던 것도 지금은 흐지부지된 상태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유로화 및 달러 환율 상승과 복잡한 매입 절차 등으로 일정이 3~4개월가량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와인 수입업체들도 환율 급등을 이유로 앞다퉈 가격을 올리고 있다. 나라와인은 지난달 1일부터 '몬테스알파'를 제외한 50여종의 가격을 15~20% 인상했다. 아간와인도 지난달 27일 40여종의 와인 가격을 5~20% 인상해 '샤토 카망삭 2004'를 2만8000원에서 3만4000원으로 올려받고 있다. 두산와인은 지난 8월 가격을 5~20% 인상한 지 석달도 안돼 지난달 31일부터 다시 10~25% 올렸다. 이달 들어서도 동원와인플러스가 1일 5~15% 인상했고,까브드뱅도 오는 10일부터 10~20% 인상된 판매가를 적용할 예정이다.

불황 속에 와인 가격이 속속 인상됨에 따라 올 들어 와인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소비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수입업체로부터 계속해서 가격 인상 요청이 오지만 최대한 이를 억제하고 있다"며 "가격을 붙잡아 둘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면 판매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백화점·대형마트에선 간간이 와인 창고 방출전을 통해 가격 할인 행사를 벌이지만 일부 미끼 상품 외에는 대개 인기가 없어 재고로 쌓인 와인들이다. 결국 고(高)환율이 지속되는 한 와인 가격 파괴는커녕,더욱 비싸게 마셔야 한다는 얘기다.

최진석 기자/김정환 인턴(한국외대 4학년)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