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차세대 낸드플래시 반도체 생산을 위해 개발한 '3차원 셀 스택 기술'을 신제품 대신 현재 양산 중인 32Gb와 64Gb 제품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아파트를 짓듯 복층으로 쌓아올리는 이 기술을 양산품 생산에 활용할 경우 생산성을 30% 정도 높일 수 있어서다. 회사 관계자는 "연구ㆍ개발(R&D) 역량을 신제품 개발이 아닌 원가 절감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라며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신제품을 빨리 출시하는 것보다 기존 제품의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불황기 R&D의 초점은 '원가 절감'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극도로 악화되면 신기술을 활용한 첨단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실속형 제품들이 인기를 끈다"며 "R&D 전략의 초점을 신기술과 신상품 개발에서 원가 절감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최근 원가절감을 위한 R&D 부서 '풀(Pull) 팀'을 신설했다. 생산 전문가 24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판매와 연동한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 회사는 풀팀이 주도하는 새로운 생산 시스템이 완성되면 제품 주문에서 출하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8일에서 3일로 줄어,재고와 제조비용이 각각 50%와 33%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풀팀은 사업 부문별로 산재해 있는 생산 시스템 효율화 기술을 모아 조기에 실용화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토네이도,아우토반 등의 애칭으로 불리는 기존 '원가절감 R&D조직'에 대한 지원도 늘렸다. 토네이도팀은 최근 LCD TV의 전 생산 공정을 통합,42인치와 37인치 TV의 생산원가를 각각 63%와 34% 절감하는 성과를 냈다. TV 회로를 단순화하는 임무를 맡은 아우토반팀은 회로에 필요한 9개의 칩을 2개로 줄여 제품 원가를 10% 낮췄다.

◆원가절감 성공하면 인센티브 지원

현대하이스코는 원가 절감에 성공하는 R&D 부서 직원들에게 절감액의 1~4%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원가혁신활동 아이디어 경진대회 시상식을 열고 수출품 포장재 대체품을 개발,5억4000만원의 원가를 절감한 충남 당진공장 품질보증팀 안은섭 직장을 대상 수상자로 선발했다. 회사 관계자는 "부서별로 원가절감을 독려해 연말까지 3억원가량의 인센티브를 나눠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ㆍ기아자동차도 지난해 원가절감 기구를 설치,임직원들의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임직원 개선제안활동으로 거둔 원가절감 효과만 1155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가절감의 필요성을 전 직원에게 알리고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사원에게 포상금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들과 함께 원가절감 협력을 위한 프로젝트팀을 꾸리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협력사 직원들과 함께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상무급 조직인 '상생협력담당'이라는 명칭의 프로젝트 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의 활동 덕에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원가를 17%가량 낮췄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