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 못지않은 위기…고통 함께 나눌 때
정부도 현실 꿰뚫어 국민 근심 덜어야
전 세계가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를 맞아 금융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원·달러 통화스와프에 이어 11·3 종합대책이 발표됨으로써 당장 급한 불은 끈 듯한 상황이다. 사실 정부는 금융위기가 우리나라를 강타하기 전에 이를 예견하고 준비했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은 책임추궁이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한 위기관리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우리 모두가 자기반성부터 먼저 하고,서로 격려하면서 위기 극복에 올인할 때다. 정치권도 특정 경제주체에 대해 비난만 할 일이 아니다. 실현가능하면서도 현장을 반영한 지원책으로 뒷받침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어려움에 처해 지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금융회사나 중소기업,건설업계도 뼈를 깎는 고통을 먼저 분담하면서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 사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우리는 그동안 잘 먹고 잘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을 비롯해 태국,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의 물가가 너무 싸다고 하면서 너도 나도 골프여행을 다녔고,어렵고 힘든 일은 서로 안하려 해서 대신 일해 줄 외국인 근로자가 100만명이나 들어와 있다. 대학졸업생들은 취직이 안된다 하는데 중소기업들은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했다. 취직자리가 없는 게 아니었다. 눈이 높았던 것이다. 또한 그동안 세계 거품경기에 힘입어 올라간 주가가 자기 공 때문인 양,코스피지수의 상승분까지도 성과급에 반영해 엄청난 규모의 성과급을 챙긴 최고경영자(CEO)도 적지않았다. 기업들은 저금리라는 악마의 유혹 속에 빠져 경쟁력을 키우는데 소홀하고 머니게임에 열중하기도 했다. 지속가능한 경영보다는 주주 중심의 이익극대화에만 열을 올렸던 것이다. 건설회사와 금융회사도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고통은 뒤로 한 채 자기 이익만을 위해 주택가격 상승에 동참했다. 정부도 공장부지의 건설보다는 이익이 많이 남는 아파트건설 지원에 열을 올렸다.
우리는 다시 이번 세계 금융위기로 겪게 되는 고통을 10년 전의 외환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생존능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정부든,기업이든,개인이든 간에 나 혼자만 살아남으려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지난 10년 전 금융위기 때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애국심을 다시 한번 발휘하는 저력을 보여줘야 한다. 소비를 못하게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정책도 지금은 과감하게 포기하거나 바꿔야 한다. 가계나 기업의 이자부담을 줄여 가처분소득을 키워서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금융회사에 대한 유동성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기업도 앞으로 닥칠 세계적인 불경기 속에서 위기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납품기업들을 살리는 것은 대기업의 몫이다. 자사주 매입으로 주식시장 회복에도 함께해야 한다. 우선 사람을 줄이는 것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사람을 줄이는 것은 맨 마지막에 할 일이다. 소비를 줄여 내수를 악화시키는 데 주범이 될 수 있다. 어려우면 해고가 아니라 임금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왜냐하면 사람을 잘못 줄이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 자체를 잡아먹는 오류를 범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장의 현실을 확실히 꿰차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이다. 사태가 터진 뒤에 부랴부랴 해결방안을 내놓을 게 아니라 근본원인을 찾아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과감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택시 속에 문제와 해결방법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현장속의 살아있는 정보에 가까이 다가가야 어려운 골목길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다. 위험을 회피하면 죽는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 모든 국민이 다시 한번 영웅대열에 동참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