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여야를 막론하고 상당히 실망스럽다. 지방의 반발이야 예상됐던 일이고 지방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절박함이 표출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라 전체의 형편을 살피면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설계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즉각 반대부터 하고 나선 것은 아무리 봐도 신중치 못하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누구도 수도권만 육성하자고 하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없다. 다만 균형발전이라는 족쇄 때문에 때로는 역차별을 받는 수도권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합리적인 범위내에서 풀어 전 세계적인 지역간·국가간 경쟁에서 뒤처지지 말자는 것이 목표다. 더구나 지금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힘들더라도 투자를 확대해 나갈 수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실효성있는 투자가 어렵다는 것도 규제 완화(緩和)가 불가피한 이유다. 그러면서도 수도권과 지방은 '윈-윈 전략'으로 나갈 수밖에 없고,그런 차원에서 이달중 정부도 지방발전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는 어제 라디오연설에서 이 문제를 놓고 "국토분열 정책이고,국민분열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보완책 요구나 단순히 정책에 반대하는 차원을 넘어서 보인다. 듣기에 따라서는 마치 수도권과 지방의 대립을 유도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는 발언이다. 제1야당으로서 반대만 할 사안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선진당도 이 문제에선 지역당이란 비판을 넘어서기 어렵게 됐다.

한나라당도 정책의 조율과 집행 역량이 모자란다는 점에서는 야당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당내 일각에서 "선후가 바뀌었다"며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데 그치지 않고 일부 의원은 야당의원 주도의 반대 모임에 가세하는 등 내부 분란(紛亂) 모습까지 보인다. 집권여당으로서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주기는 애당초 어려워 보인다.

국회가 이런 모습이면 다음 수순은 보나마나다. 시·도는 물론 군까지 나설 것이며,온갖 사회단체까지 끼어들어 소모적인 정치논쟁으로 비화시키려 할 것이다. 그런 상황을 미리 막아야 할 국회가 오히려 혼란을 부추겨서야 말이 되겠는가. 당장 이성적인 논의의 장부터 만들고 합리적인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지방을 아끼는 길이라는 점을 여야는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