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08] 마틴 펠드스타인 - 박영철 교수 글로벌 금융위기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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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외채 과다 … 외환보유액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세계적 석학인 마틴 펠드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를 겪었던 10년 전과는 달라졌다"면서도 "불어난 단기외채를 외환보유액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인재포럼 2008'의 기조 연설을 위해 방한한 펠드스타인 교수는 4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와 대담을 갖고 글로벌 경제위기 및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을 '직설법'으로 풀어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한국의 금융 불안은 국제통화기금(IMF) 개입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은행 등의 단기외채는 한국 경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담은 박영철 교수의 질문에 펠드스타인 교수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미국은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는가.
"공식적인 경기침체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판단한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미 올 1월부터 침체의 문턱을 넘었다. "
-이번 경기침체는 이전과 어떻게 다른가.
"일반적인 경기침체는 12개월 정도 지속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엔 전보다 훨씬 더 긴 경기침체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 대선 이후 정책방향에 따라 2009년부터 조금 회복될 수도 있으나 24개월 이상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대선 후 새 정부의 정책이 경기회복 시기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
-미 정부가 지금껏 취한 정책에 대한 평가는.
"충분했다고 보기 어렵다. 예컨대 미국 정부는 은행 지분매입에 2500억달러를 투입했다. 얼핏 크게 보이지만 미국 전체 은행 자산 10조달러에 비해선 미미한 액수다. "
-금융위기가 자동차 산업 등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다. 정부가 GM(제너럴모터스) 등에도 구제금융을 투입해야 한다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 모든 산업을 국가가 다 구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현재 중요한 것은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
―미국발 위기가 중국 등 이머징마켓에도 전이되는 양상인데.
"중국은 현재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어 적절히 대처해 나갈 것으로 본다. 중국은 경제의 무게중심을 수출에서 내수 쪽으로 옮기려 한다. 한국처럼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
―한국의 상황은 어떻게 보는가.
"세계 경기침체에 따라 한국 경제도 급격한 둔화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과거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 "
―한국의 단기외채 규모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단기 외채의 적절한 규모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환보유액의 50%를 넘으면 좋지 않다. 현재 한국의 단기외채는 외환보유액과 비슷한 규모다. 은행 등이 갖고 있는 단기외채를 줄이지 않으면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
―또 다른 위기 요소가 있는가.
"세계 경기침체기에 한국처럼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국가는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고통을 받을 수 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수입을 많이 줄일 것으로 예상돼 한국의 수출시장이 상당히 축소될 수 있다.
―한국이 취해야 할 대책은.
"수출이 줄어드는 만큼 한국도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3일 발표한 정부정책이 올바른 방향인 것으로 보인다. 수입 유발효과가 적은 산업에 정부의 재정지출이 집중되는 게 바람직하다. "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는 한국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스와프 규모를 더 늘릴 가능성은 없는가.
"통화스와프에도 역시 리스크(위험)가 따른다. 만약의 경우 원화가 절하되면 미국으로선 손해다. 미국이 이 같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한국에 스와프 한도를 늘려줄 이유가 있는가. 규모를 더 확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
―오늘은 미 대선 투표일이다.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 보이는데.
"이라크 전쟁,경제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특히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진영에서는 현재 악화된 경제상황을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과 존 매케인 대선후보의 정책 때문이라고 공격하는 것이 수월했다. "
―새로운 대통령에게 어떤 정책을 제안하고 싶은가.
"오바마가 되든 매케인이 되든,취임하기 전부터 경제 구제 계획에 착수해야 한다. 우선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는 집값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모기지 대출을 받은 세대주에게 직접 저리의 자금을 빌려줘 모기지 일부를 갚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로 소비자들의 지출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재정정책은 경험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집행도 하기 전에 이미 경기침체가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재정은 교육이나 보건 같은 장기적인 곳이 아니라 인프라 정비 등 단기적으로 약효를 발휘하는 데 투입돼야 한다. "
글=유병연/황경남 기자 yooby@hankyung.com
사진=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약력=△1939년 뉴욕 출생 △하버드대 졸업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1982~84년)△전미경제연구소(NBER) 의장(1984∼2008년 6월)△금융자문그룹 30멤버(2003년)△미국경제학회 회장(2004년)△대통령 외교자문위원(2006년)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
◆약력=△1939년 충북 보은 출생 △서울고ㆍ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 미네소타대 경제학 박사 △국제통화기금(IMF) 조사부 경제조사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 △금융연구원 원장 △상업ㆍ한일은행 합병 추진위원장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고려대 석좌교수
세계적 석학인 마틴 펠드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를 겪었던 10년 전과는 달라졌다"면서도 "불어난 단기외채를 외환보유액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인재포럼 2008'의 기조 연설을 위해 방한한 펠드스타인 교수는 4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와 대담을 갖고 글로벌 경제위기 및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을 '직설법'으로 풀어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한국의 금융 불안은 국제통화기금(IMF) 개입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은행 등의 단기외채는 한국 경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담은 박영철 교수의 질문에 펠드스타인 교수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미국은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는가.
"공식적인 경기침체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판단한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미 올 1월부터 침체의 문턱을 넘었다. "
-이번 경기침체는 이전과 어떻게 다른가.
"일반적인 경기침체는 12개월 정도 지속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엔 전보다 훨씬 더 긴 경기침체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 대선 이후 정책방향에 따라 2009년부터 조금 회복될 수도 있으나 24개월 이상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대선 후 새 정부의 정책이 경기회복 시기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
-미 정부가 지금껏 취한 정책에 대한 평가는.
"충분했다고 보기 어렵다. 예컨대 미국 정부는 은행 지분매입에 2500억달러를 투입했다. 얼핏 크게 보이지만 미국 전체 은행 자산 10조달러에 비해선 미미한 액수다. "
-금융위기가 자동차 산업 등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다. 정부가 GM(제너럴모터스) 등에도 구제금융을 투입해야 한다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 모든 산업을 국가가 다 구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현재 중요한 것은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
―미국발 위기가 중국 등 이머징마켓에도 전이되는 양상인데.
"중국은 현재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어 적절히 대처해 나갈 것으로 본다. 중국은 경제의 무게중심을 수출에서 내수 쪽으로 옮기려 한다. 한국처럼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
―한국의 상황은 어떻게 보는가.
"세계 경기침체에 따라 한국 경제도 급격한 둔화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과거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 "
―한국의 단기외채 규모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단기 외채의 적절한 규모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환보유액의 50%를 넘으면 좋지 않다. 현재 한국의 단기외채는 외환보유액과 비슷한 규모다. 은행 등이 갖고 있는 단기외채를 줄이지 않으면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
―또 다른 위기 요소가 있는가.
"세계 경기침체기에 한국처럼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국가는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고통을 받을 수 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수입을 많이 줄일 것으로 예상돼 한국의 수출시장이 상당히 축소될 수 있다.
―한국이 취해야 할 대책은.
"수출이 줄어드는 만큼 한국도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3일 발표한 정부정책이 올바른 방향인 것으로 보인다. 수입 유발효과가 적은 산업에 정부의 재정지출이 집중되는 게 바람직하다. "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는 한국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스와프 규모를 더 늘릴 가능성은 없는가.
"통화스와프에도 역시 리스크(위험)가 따른다. 만약의 경우 원화가 절하되면 미국으로선 손해다. 미국이 이 같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한국에 스와프 한도를 늘려줄 이유가 있는가. 규모를 더 확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
―오늘은 미 대선 투표일이다.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 보이는데.
"이라크 전쟁,경제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특히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진영에서는 현재 악화된 경제상황을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과 존 매케인 대선후보의 정책 때문이라고 공격하는 것이 수월했다. "
―새로운 대통령에게 어떤 정책을 제안하고 싶은가.
"오바마가 되든 매케인이 되든,취임하기 전부터 경제 구제 계획에 착수해야 한다. 우선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는 집값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모기지 대출을 받은 세대주에게 직접 저리의 자금을 빌려줘 모기지 일부를 갚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로 소비자들의 지출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재정정책은 경험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집행도 하기 전에 이미 경기침체가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재정은 교육이나 보건 같은 장기적인 곳이 아니라 인프라 정비 등 단기적으로 약효를 발휘하는 데 투입돼야 한다. "
글=유병연/황경남 기자 yooby@hankyung.com
사진=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약력=△1939년 뉴욕 출생 △하버드대 졸업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1982~84년)△전미경제연구소(NBER) 의장(1984∼2008년 6월)△금융자문그룹 30멤버(2003년)△미국경제학회 회장(2004년)△대통령 외교자문위원(2006년)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
◆약력=△1939년 충북 보은 출생 △서울고ㆍ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 미네소타대 경제학 박사 △국제통화기금(IMF) 조사부 경제조사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대통령 경제수석 비서관 △금융연구원 원장 △상업ㆍ한일은행 합병 추진위원장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고려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