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모처럼 연일 상승하며 안도랠리를 펼치는 가운데 수십억에서 수백원대 돈을 굴리는 개인 '큰손'들이 보유주식을 정리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손절매나 이익실현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분간 증시 상승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상승세도 약세장 속의 일시적인 반등 구간인 '베어마켓 랠리'인 것으로 보고 현금 비중 확대 기회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장기투자 개인 큰손으로 유명한 '슈퍼개미' 박성득씨는 최근 현대약품 한국선재 삼천당제약 등의 보유주식 일부를 잇달아 매각했다.

박씨와 특별관계자들은 지난 2004년부터 현대약품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 지난 8월 685만8980주(지분율 24.05%)까지 늘렸으나, 지난달 급락장에서 일부를 처분했다. 이에 따라 박씨 등이 보유한 현대약품 주식수는 8월보다 88만여주나 감소한 597만470주(21.32%)로 줄었다.

박씨는 또 올 초부터 집중적으로 사들인 한국선재도 최근 104만여주를 처분했다. 지분율은 지난 5월 14.12%에서 지난달 29일 4.85%로 감소했다. 삼천당제당도 대거 매각해 지분율을 5% 이하로 낮췄다.

증권업계에서는 박씨가 폭락장이던 지난 10월에 지분을 대거 줄였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이 지난달처럼 내려앉을 때 지분을 처분한 것은 손해를 감수한 로스컷(손절매)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저평가 종목을 발굴해 여러 차례 큰 이익을 내 온 박씨가 향후 증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방증인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달 들어 지수가 연일 오르고 있어 그동안 큰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손해를 만회하려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큰 손실로 인해 주식을 팔지도 사지도 못 했던 투자자들이 강세장을 기회로 삼아 주식을 현금화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이 같은 움직임이 일부에서 포착되고 있다. 손창우 하이투자증권 명동지점 과장은 "수백억원대 자산가들은 증시가 반짝 상승후 더 크게 떨어지는 N자형 장을 예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들 중 일부가 조정을 대비해 보유 종목 대부분을 처분하고 현금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지점장은 "지수가 오르고 있지만 거액 투자자들의 신규 종목 매수는 거의 없는 상태"라며 "이들은 자금을 대기자금 성격이 강한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머니마켓펀드(MMF)로 돌리고 주식을 쳐디보지도 않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소액 개인 투자자들은 지수가 1200을 넘나들자 객장을 하나 둘 찾고 있는 모습이다. 임복형 우리투자증권 목동지점 부장은 "객장에 못 보던 사람들이 여럿 눈에 띌 만큼 주식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며 "추격매수나 종목교체를 문의하는 전화도 많아졌다"고 했다.

그는 "조정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크지만, 예전같은 공포 분위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자산가들은 금융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될 것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라며 "반면 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소액 투자자들은 상승장에서 매수를 늘리고 일부는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50분 현재 개인투자자들은 차익 실현 매물을 내놓으며 유가증권시장에서 1100억원 가량 순매도하고 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