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안쳐도 '핸디캡16' 유지 왼손 골퍼
美정치인 중 핸디캡 랭킹 123위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버락 오바마(47)의 골프 실력은 얼마나 될까. 오바마는 골프를 치지만 몰입해서 즐기는 편은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주(州) 상원의원 시절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특이한 것은 오바마가 필 미켈슨처럼 '왼손잡이 골퍼'라는 점이다.
미국의 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오바마의 골프 핸디캡은 16 정도다. 미국 정치인 가운데 랭킹 123위에 해당한다. 현 대통령인 조지 W 부시(핸디캡 15)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이제스트는 "2006년 하와이의 한 골프장에서 플레이하면서 대통령 출마를 저울질했다"고 전했다.
오바마는 고등학교 때까지 하와이에서 보냈는데 푸나후 고교 시절 학교대표 농구선수를 지냈고,하버드대 법대 대학원에서도 농구선수였다. 그의 경기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승부욕과 도전정신,기회 포착력이 높고 깨끗하다'고 평가한다. 골프에서도 비슷한 스타일의 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를 자주 하지 않으면서도 핸디캡 16(그로스 스코어 88타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골프 실력이 가장 뛰어난 대통령으로는 존 F 케네디가 꼽힌다. 미국 대통령들의 골프 일화를 묶은 책 'First Off the Tee'(돈 반 나타 주니어 지음,부제:태프트부터 부시까지)에 따르면 케네디는 골프를 즐겼던 14명의 대통령 가운데 최고였지만 골프광이었던 전임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비교되는 것을 싫어해 골프치는 것을 비밀로 하려 했다. 케네디가 1950년대 후반 대통령 후보로 뽑히기 전에 사이프러스포인트GC에서 라운드를 하던 중 파3홀에서 홀인원이 될 뻔한 일이 있었다. 당시 동반자들은 "들어가라"고 소리쳤지만 케네디는 그 반대로 볼이 멈추기를 기도했다고 한다. 홀인원이 되면 골프를 친다는 소문이 더 빨리 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경우 1983년 여름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과 마스터스가 열리는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에서 골프를 하던 중 괴한이 나타나 골프숍에서 인질을 잡고 난동을 부리는 일이 벌어졌다. 괴한은 대통령과 대화를 원했고 레이건 대통령이 직접 그를 설득해 사태를 평화롭게 마무리지었다고 한다.
빌 클린턴이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재임 시절 불명예스러운 스캔들에 휩싸였던 만큼 골프에서도 좋지 않은 소문이 따라다녔다. 이들 두 대통령은 골프할 때 규칙을 자주 어겼던 것으로 유명하다. 어떻든 라운드를 할 때는 3∼4시간 동안 갖가지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골프를 즐기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