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제 44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선은 미국 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점에서 미국 정치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사실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했던 오바마가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사회가 변화를 갈구하고 있다는 방증에 다름 아니다.

오바마의 등장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정치 경제 질서는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가 향후 미국의 변화를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특히 미국이 우리와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데다 양국간에는 FTA 비준문제, 북핵문제, 한·미 동맹강화 등 시급히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山積)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오바마는 적극적인 정부의 시장개입과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만큼 우선 미국의 금융위기를 수습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럽은 물론 우리 주식시장이 어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것도 바로 이런 기대가 작용해서일 것이다.

문제는 오바마의 대외 정책이다. 그는 근로자들의 일자리 보호를 우선시하는 보호무역론자로 교역 상대국에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오바마는 한·미간 자동차 교역의 불공정성을 집중 부각시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아주 결함있는 것(badly flawed)'이라고 비판, 부시 대통령에게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내지 말라고 요청한 바 있다. 결국 미국측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 가능성이 매우 커진 셈으로 우리로서는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대북 문제의 경우 오바마가 북한과의 직접 대화 등 유화 제스처를 보인 만큼 한반도 긴장완화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낙관(樂觀)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북 강경 원칙을 유지해 온 이명박 정부와는 자칫 엇박자를 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활용 가능한 각종 인맥과 외교 채널 등을 총동원, 미국의 정치적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외교 통상정책 등의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필요하다면 외교나 통상팀의 교체를 통해서라도 미국 새 행정부에 우리가 처한 상황과 양국의 국익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함께 미국의 정권교체와 북한 김정일의 건강이상설 등을 계기로 남북관계도 차제에 총제적으로 재검토할 필요성이 크다.

아울러 국회는 미국의 FTA 재협상 요구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우리부터 우선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여야보다는 국익을 우선 생각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