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yskwon@lgdisplay.com>

야구 팬들을 열광 속에 몰아 넣었던 한국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올해 야구 열기는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란 호재를 맞아 여느 해보다 뜨거웠다.

야구 경기에는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속설이 있다. 실제 경기에서 '위기 뒤의 기회'가 얼마나 높은 확률로 현실화되는지는 모르겠지만,경기를 볼 때마다 드는 느낌은 정말 잘 맞는구나 하는 것이다. 이번 한국 시리즈에서도 결국 위기를 잘 넘긴 후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점수로 연결시킨 팀이 우승컵을 안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반대로 어렵게 만들어 놓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팀은 수많은 잔루를 아쉬움으로 남기고 승리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야구의 '위기 뒤 기회'는 기업 경영자에게 훌륭한 교훈이 된다. 지금 우리는 미국발 금융 위기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더욱이 필자가 몸담고 있는 정보기술(IT) 산업은 공급 과잉에 경기 침체까지 겹쳐 그야말로 위기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에도 좋은 측면은 있다. 야구에서 말하는 '위기 뒤의 기회'를 되새겨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보내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위기일수록 강자와 약자의 실력 차이가 뚜렷해지고,자신의 기본 실력과 경쟁력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위기 후를 철저히 준비한다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의 예를 살펴 보면,몇 차례의 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시장을 선도하던 기업들 중 약 40%가 기존의 지위를 상실한 반면 이들을 바로 뒤에서 쫓고 있던 기업들 중 약 14%는 시장의 리더로 부상했다는 조사도 있다.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로 세계 PC 시장의 선두 자리를 지키던 컴팩이 몰락해 휴렛팩커드(HP)에 합병당한 반면,델은 비즈니스 모델의 차별성을 강화하고 강력한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세계 1위로 우뚝 올라섰다. 또 1990년대 일본 장기 불황기에는 세계 게임기 시장 1위였던 닌텐도가 성능 향상에만 주력하다 시장 리더십을 상실하고 소니에 절대 강자의 자리를 내 준 사례 등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이처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단기적이고 즉흥적인 대처가 아니라,위기 뒤에 반드시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또 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우리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철저하게 점검하며 체질을 강화해 나가는 노력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