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국 - 오바마 시대] 경제위기로 중산층 표심 이동… '경합州' 대부분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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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인단 349명 확보 … 히스패닉도 몰표
부시 실정에 염증 … 금융혼란 반사이익
경제가 미국 대선을 훔쳤고 버락 오바마 당선인은 유권자들의 경제 살리기 '희망'을 낚았다. '변화'를 향한 미국민들의 갈망은 인종의 벽을 무너뜨렸다. 존 매케인 후보가 막판까지 희망을 걸었던 '브래들리 효과'는 발생하지 않았다.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백인 유권자들이 흑인후보에 거부감을 보여 같은 백인인 자신에게 표를 몰아주는 현상(브래들리 효과)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미국민들은 인종주의보다 '변화,희망,경제 살리기'를 선택했다.
4일 현지시간으로 밤 11시(한국시간 5일 오후 1시)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워싱턴주 등 미 서부지역의 투표가 끝남과 동시에 CNN은 오바마의 당선 확정 사실을 가장 먼저 보도했다. 이어 ABC와 폭스뉴스 등 미 주요 TV방송들이 잇따라 오바마의 승리를 발표했다. 매케인은 이 같은 보도 직후 오바마에게 당선 축하전화를 건 뒤 밤 11시20분께(5일 오후 1시20분)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빌트모어 호텔에서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패배를 인정했다. 그로부터 약 40분 뒤인 밤 12시(5일 오후 2시)에 오바마가 시카고 그랜트파크에서 당선 연설을 했다.
오바마와 매케인의 운명은 선거 전부터 박빙의 접전지역으로 평가되던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ㆍ경합지역)'에서 결정됐다. CNN에 따르면 7개 경합주(오하이오 인디애나 콜로라도 플로리다 버지니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가 모두 오바마의 품에 안기며 대세를 확정지었다. 특히 이들 지역 가운데 펜실베이니아를 제외하곤 모두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부시와 공화당의 손을 들어줬었기 때문에 매케인의 충격은 더욱 컸다.
전체 유권자의 18%에 달했던 18~29세 청년층이 대거 오바마를 지지한 것도 승리의 큰 요인으로 꼽힌다. CNN 출구조사 결과 청년층 가운데 66%가 오바마를 지지했고 32%만이 매케인을 밀었다. 또 흑인 10명 중 9명이 오바마에게 몰표를 던졌고,그동안 공화당의 지지세력이었던 히스패닉계 유권자들도 오바마에게로 마음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대선의 향배를 예고한 전주곡이었다. 유권자들의 표심 한복판에는 핫이슈였던 이라크 전쟁이 밀려나고 대신 경제가 서서히 자리를 잡았다.
미 CNN방송의 투표장 출구조사 결과 유권자들 중 62%는 경제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밝혔다.
오바마는 '믿을 수 있는 변화(changes we can believe in)'를 주창했다. "매케인에게 또다시 4년을 맡기면 경제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부시의 3기 행정부가 될 것"이라면서 매케인과 부시를 차별화가 어려운 일란성 쌍둥이로 옭아맸다. 민주당은 선거전이 종반에 접어들자 제2의 경기 부양책(1500억달러) 카드를 꺼내들어 오바마를 지원 사격했다.
외교·안보관리면에서 비교우위를 보인 매케인은 전당대회를 끝낸 직후 9월 초부터 중순까지 한때 지지율이 오바마를 추월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엄습한 경제위기는 뒤늦게 워싱턴 정치문화를 개혁하겠다고 나선 매케인-페일린 티켓의 동력을 약화시켰다. 매케인은 오바마와의 TV토론회에서 3전3패했다.
오바마의 세금정책을 "부유층에서 세금을 거둬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뿌리려는 사회주의적 부의 재분배"라고 몰아붙이고,오바마의 경기 부양 의지에 대해 "재정 낭비주의자"라고 거세게 비난했으나 실물경제 한파 조짐으로 오바마에게 기운 유권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이미아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