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당선인이 살고 있는 곳이자 그의 '정치적 고향'인 미국 시카고와 부친의 조국인 케냐도 오바마의 대선 승리에 한껏 도취됐다. 선거 개표가 시작된 지난 4일 저녁(현지시간) 시카고의 일부 시민들은 오바마가 확보한 선거인단 수가 승리를 위한 매직넘버(270석)를 넘어설 때까진 안심할 수 없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하지만 밤 10시께 오바마의 승리가 사실상 확정되자 당선 축하행사가 열리는 시카고 그랜트파크로 몰려나와 '오바마'를 연호하며 밤새도록 승리를 자축했다. 미국 흑인 지도자인 제시 잭슨 목사도 그랜트파크에서 오바마의 당선 확정 소식을 들으며 눈물지었다.

그랜트파크 주변에는 이날 정오 무렵부터 이미 수천명의 인파가 진을 쳤고 전날 밤부터 노숙한 열성 지지자도 많았다. 주변 도로에선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삼엄한 경계를 펼치는 가운데 전세계 언론사의 취재경쟁도 불꽃을 튀겼다. 시내 곳곳에는 오바마의 대형 사진과 성조기를 매단 차량이 그의 연설 내용을 확성기로 틀면서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오바마 승리 소식을 새벽녘에 전해들은 케냐 국민들도 '만세,만세'를 외쳤다. 오바마의 할머니와 친지들이 모여 사는 코겔로 마을 사람들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관계로 마을 진료소 앞 마당에 발전기를 설치하고 대형 스크린을 통해 현지 시티즌TV의 특별 생방송을 지켜보며 '형제' 오바마의 승리를 염원했다. 마이클 로오르씨(38)는 "케냐는 농산물을 수출하는 나라"라며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됐으니 수출이 늘지 않겠느냐"며 활짝 웃었다.

오바마의 할머니 사라 오바마와 친지들은 "우리가 백악관으로 가게 됐다"며 노래를 부르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5일 아침 사라 할머니의 집 마당에서는 친척들이 서로 부둥켜 안으며 자축하느라 떠들썩한 장면이 연출됐다. 오바마의 사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50대 남자는 "사라 할머니는 밤새 TV를 지켜보며 손자를 응원했다"며 "지금 흥분된 상태여서 가족들이 안정시키고 있지만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코겔로는 오바마의 선친이 태어난 곳이다. 오바마는 케냐인 아버지의 피를 받았을 뿐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없지만 이곳 주민들은 오바마를 '케냐의 아들'로 여기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