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 우려가 커지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건을 많이 팔 수 없는 상황에서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가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게 기업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기업들의 '원가 절감 액션 플랜'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연구 개발(R&D) 역량을 신제품 개발보다 원가 절감에 투입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생산공정에서의 낭비요소 제거 △에너지 효율 제고 △협력업체와의 원가 절감을 위한 협력 확대 등을 꾀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 원가 절감 위해 R&D도 활용

호황기에 신기술과 신상품 개발에 주력했던 기업들의 상당수가 핵심 R&D 인력을 원가 절감에 투입하고 있다. 경기가 극도로 악화되면 신기술을 활용한 첨단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실속형 제품이 인기를 끄는 만큼 시장 상황에 맞게 R&D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차세대 낸드플래시 반도체 생산을 위해 개발한 '3차원 셀 스택 기술'을 신제품 대신 현재 양산 중인 32Gb와 64Gb 제품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아파트를 짓듯 복층으로 쌓아올리는 이 기술을 양산품 생산에 활용할 경우 생산성을 30% 정도 높일 수 있어서다. 회사 관계자는 "R&D 역량을 신제품 개발이 아닌 원가 절감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라며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신제품을 빨리 출시하는 것보다 기존 제품의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 생산라인에 숨은 낭비요소를 찾아라

생산라인의 구조를 바꾸는 방법으로 원가 절감을 꾀하는 기업들도 많다. LG전자 디지털디스플레이 사업부는 최근 '흐름라인'이라는 생산방식을 도입했다. 이전의 생산라인은 작업자가 작업을 완료한 뒤 '스톱' 버튼을 눌러야 다음 공정이 시작되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작업과 작업 사이 시간낭비가 상당했다.

그러나 흐름라인은 라인이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가는 방식이다. 작업자가 필요하면 옆으로 이동하면서 작업을 완료한다. 디스플레이사업부는 흐름라인을 통한 공정 개선으로 생산성을 50%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 에너지 비용을 아껴라

에너지를 많이 쓰는 석유화학,철강,시멘트 관련업체들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작업에 힘쓰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5월 제철소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재활용해 연료를 생산하는 소결 입상화 설비를 준공,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에너지로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 시설로 연간 3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에너지는 50여개 단위공장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200억원을 투자,13개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전산시스템을 활용하면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한국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비중이 38%나 된다"며 "이 기업들이 에너지 효율을 1%씩 높이면 연간 3억6000만달러를 줄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 협력사와 원가 절감 협의

협력업체와 함께 원가 절감을 모색하는 기업도 많다.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는 협력업체가 생산하는 부품의 설계를 바꿔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현대·기아자동차는 '게스트 엔지니어' 제도를 도입,월 평균 48개사 242명의 협력사 엔지니어들을 본사로 불러들여 부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원가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협력사 직원들과 함께 원가 절감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별도의 조직을 꾸려 낭비요소를 줄이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