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수 사장 물러난 KT '비상체제' 가동
후임에 지승림·이상철·석호익 씨 등 거론

남중수 KT 사장이 5일 배임 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퇴함에 따라 국내 최대 통신기업인 KT가 주력 사업 부진 속에 경영 공백까지 겹치는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자회사인 KTF 조영주 전 사장에 이어 남 사장마저 비리 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국민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마저 손상이 불가피해졌다. 통신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중삼중의 '내우외환'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초미의 과제로 떠올랐다.


◆위기의 KT―커지는 내우외환

KT는 지난 3분기 최대 수익원이었던 유선전화에서의 매출이 급감하는 등 몇 년째 매출액과 영업이익,순이익이 뒷걸음질 쳐 왔다.

3분기 매출은 2조913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5% 줄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5%와 37.3% 감소했다. KT가 사실상 독점해 온 유선전화 시장의 '아성'이 LG데이콤 SK브로드밴드 등 후발 주자들의 인터넷전화 사업 확대로 조금씩 허물어진 결과다. 더구나 이달부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실시돼 2060만여명의 집전화 가입자를 지키는 게 발등의 불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추진해 온 IPTV 사업은 방송 콘텐츠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고전해 온 데다 예기치 못했던 경영 공백까지 겹쳐 드라이브를 걸기 어려워졌다. 우즈베키스탄 와이브로 서비스 개시를 계기로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해외 사업도 당분간 동력을 잃게 됐고,유·무선 통합시대에 부응한 KTF와의 합병 작업도 당분간 표류가 예상된다.

◆비상경영체제 돌입

KT는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남 사장이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사표를 수리했다. 남 사장은 KTF의 납품 비리 사건이 터진 지난 9월 말 이사회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으나 이사회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사표 수리를 미뤄 왔다.

검찰은 이날 조영주 전 KTF 사장과 노태범 전 KTF네트웍스 사장으로부터 납품업체기 선정 및 인사청탁 명목으로 최근 수년간 매달 200만~500만원씩을 차명 계좌로 받고 하청업체로부터도 현금 수천만원을 받는 등 3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남 사장을 구속했다.

KT는 후임 사장이 선출될 때까지 서정수 부사장(기획부문장)을 사장 직무대행으로 하고 부사장 5인(서정수,윤종록,최두환,박희권,윤재홍)으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 가동에 들어갔다. 이사회도 비상소위원회를 운영,비상경영위와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후임 사장,내주께 윤곽

KT 이사회는 이날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사추위는 KT 사외이사 7명과 전직 KT 사장 1명,외부 민간인 1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KT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 환경이 어려운 만큼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추위의 후임 사장 인선 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안다"며 "이달 중순께 인선 작업이 마무리돼 12월 말께 임시 주총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임 사장으로는 삼성그룹 비서실 기획팀장(부사장급)을 지낸 지승림 알티캐스트 사장,KT 사장을 지낸 이상철 광운대 총장,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남궁석 전 정보통신부 장관,석호익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김홍구 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사무총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내부 인사로는 서정수 기획부문장(부사장),윤종록 성장사업부문장(부사장),이상훈 인재연구실 연구위원(전 부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