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좌담 - 국가 브랜드 선진화 과제

국가브랜드 대륙별 차별화 전략 필요 ­… 정체성은 물론 어감까지 고려해야

"정부가 국가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는'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는 문제가 있다. 미국에서는 북한의 호전적인 이미지와 연계돼 '다이너마이트 코리아'(Dynamite Korea)로 잘못 읽히기도 한다. "(김유경 한국외국어대 교수)

"두바이는 국가 이미지를 규정하는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지 않지만 관광과 교역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한다. 한국도 자신 있게 할 수 있고 해야 되는 것에 집중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아유브 카짐 DIAC 대표)

"대륙별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에 차이가 있다. 국가 브랜드 전략에서도 차별화가 있어야 한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국가 브랜드 선진화 과제'란 주제로 6일 열린 특별 좌담에서는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략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조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카짐 대표와 김 교수가 주제 발표 및 토론자로 나섰다.

한국광고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3위인데 국가 브랜드 랭킹은 30위"라며 "한국에 과연 국가 브랜드 전략이 있는지부터 자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따라서 앞으로 국가 브랜드 마케팅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국가 브랜드와 관련해 다이내믹 코리아,IT 코리아,스파클링 코리아(Sparkling Korea), 하이 서울(Hi Seoul) 등 총 120개에 이르는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며 "어느 것을 국가 정체성으로 삼을지를 결정한 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마케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2002년 이후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들여 홍보하고 있는 다이내믹 코리아가 일부에서는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으나 북미 지역에서는 어감 때문에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역작용을 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자인 조 교수도 "억울하기도 하겠지만 설문조사를 보면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큰 이미지는 김일성이라고 한다"면서 "김 교수가 지적했듯이 외국인들에게는 '다이내믹 코리아'가 북한을 연상시킬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동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부가 내년부터 국가 브랜드위원회를 가동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며 "브랜드위원회에서는 우선 '다이내믹 코리아' 마케팅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이를 접고 다른 브랜드를 내세울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바이의 대학단지인 DIAC(Dubai International Academic City)의 카짐 대표는 두바이가 인근 카타르나 아부다비와 관광 허브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7성급 호텔인 '버즈 알 아랍' 호텔 △인공 섬인 '팜 아일랜드'△실내 스키장인 '스키 두바이' 등을 먼저 지음에 따라 브랜드 선점 효과를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카짐 대표는 "이런 프로세스는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라 해외에서 수많은 인재를 꾸준히 유치해 두바이를 관광도시로 만든다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해 얻은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카짐 대표는 두바이가 관광 등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을 위기 의식으로 설명했다. 1986년 유가가 배럴당 6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석유만으로는 살아나갈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고 이때부터 관광과 무역부문을 육성하기 위한 장기전략이 실행됐다는 것.

그는 차세대 장기발전 전략으로서의 교육 투자도 소개했다. 카짐 대표는 "앞으로 두바이의 관광 산업만 보더라도 2020년까지 약 150만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년 20만명의 인력을 육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 고등 교육기관들을 유치해 경쟁력 있는 인재들을 부지런히 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광뿐 아니라 물류 제조 등에서도 수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두바이는 예산의 4분의 1을 교육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며 "한국도 남들이 할 수 없는,경쟁력 있는 부문을 찾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권고했다.

조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인용,"대륙별로 한국에 대해 느끼는 친밀감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며 "국가 브랜딩 전략에서 대륙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면 외국인들이 한국을 정신적으로 가깝게 느끼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춤이나 음악 미술 등 예술계 인사들을 각 대륙에 파견해 공연을 꾸준히 갖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수진/이재철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