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ㆍ채권 매도 지속 … 11월에만 1조5000억 달해

환율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30일 한ㆍ미 통화스와프 체결과 10월부터 경상수지가 흑자전환될 것이란 전망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환율이 요즘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6일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5원 오른 1331원에 거래를 마치며 한ㆍ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처음으로 1300원대에 진입했다. '한ㆍ미 통화스와프 약발이 다 끝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자금이탈이 주요인

요즘 원ㆍ달러 환율이 불안한 것은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외국인들이 한국 같은 이머징마켓(신흥국가)에서 지속적으로 돈을 빼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주식이나 채권을 팔아 본국으로 회수하기 위한 환전 수요가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41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6일에도 3000억원 이상을 내다팔았다. 11월들어 순매도 규모는 1조100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외국인들이 앞으로 주식을 더 팔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 중 외국인 보유비중은 29%,금액기준으로 176조원가량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 증시는 다른 신흥국 증시와 달리 펀드나 연기금 등 주식 매수세력이 풍부해 환금성이 좋다"며 "외국인들 입장에선 돈을 빼가기 좋은 구조"라고 말했다.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도 발을 빼고 있다. 지난달 6조4000억원 이상의 채권을 순매도한 데 이어 11월 들어서도 4000억원 넘는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을 45조원 이상 순매수했는데 지금 이 물량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연말 결산을 앞두고 있어 외국인들의 자금 회수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통화스와프(CRS) 금리가 사상 처음 마이너스에 체결되는 등 외화자금난이 풀리지 않고 있는 점도 환율 불안 요인이다. CRS 금리는 달러와 원화를 교환할 때 원화를 빌리는 쪽에서 부담해야 하는 이자다. 이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원화를 빌리는 쪽에서 이자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이자를 얹어 받을 정도로 달러가 귀하고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스와프시장이 곧바로 현물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으로는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달러 부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환율 전망 힘들어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환율을 전망하기가 힘들어졌다고 지적한다. 한ㆍ미 통화스와프 직후만 해도 환율이 금방 하향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요즘 환율은 전날 뉴욕증시에 좌우될 때가 많다"며 "미국 증시가 폭락하면 국내 증시가 폭락하고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면서 환율이 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위기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데다 실물경제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미국 증시를 비롯한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버락 오바마 신임 미국 대통령이 '강한 달러'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달러당 1300원 안팎에서 변동폭이 큰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오바마의 당선에서 비롯된 '오바마 랠리'가 하루짜라 반짝효과에 그치고 미국의 환율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해 외환시장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주용석/유승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