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서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레깅스와 스키니진이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레깅스나 스키니진은 몸에 착 달라붙어 다리가 가늘어 보이는 효과는 물론 추위도 보완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레깅스나 스키니진이 다리건강에 최악의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김학제 교수는 "보정속옷이나 레깅스, 스키니진, 부츠 등은 매우 타이트하기 때문에 온종일 입고 있으면 그 압박 때문에 다리가 숨을 쉬지 못하고 하체에서 올라오는 혈액과 체액의 흐름이 방해받게 돼 혈액순환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 피부 색소 침착, 피부궤양 유발할 수 있어

이처럼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초기에는 다리가 무거워지고 붓거나 저리게 된다.

이후에는 종아리 쪽의 판막이 그 기능을 상실해 발끝에서 심장쪽으로 순환돼야 하는 정맥혈들이 다리 쪽으로 역류하면서 하지정맥에 많은 양의 혈액이 몰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나쁜 피가 다리에 고이게 되고 다리에 울퉁불퉁한 혈관들이 마치 힘줄이 튀어나온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이게 바로 `하지정맥류'의 대표적 증상이다.

하지정맥류는 우리나라 인구의 10~20%가 이 질환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흔한데, 이 질환은 그대로 두면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피곤해지게 된다.

또한 더 방치할 경우에는 습진이나 피부 색소침착, 피부염, 혈관염, 출혈, 살이 썩는 피부궤양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고, 상당히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 알레르기, 아토피 환자는 특히 조심해야 = 지속적인 혈액순환 장애는 소화불량과 변비를 유발하며 생리호르몬의 대사도 방해해 생리불순이나 생리통도 악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몸에 꼭 끼는 레깅스나 스키니진을 장시간 입는 경우 외음부 환기가 잘 안 돼 습진이 잘 생긴다.

이 때문에 외음부부터 항문 주위까지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외음부 소양증'이 생길 수 도 있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특히 염색과 워싱 처리를 하는 청바지의 경우 화학약품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청바지에 남아있던 화학성분이 피부에 남아 살과 밀착되는 종아리 뒤쪽이나 허벅지, 사타구니에 접촉성피부염이 생겨 피부발진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또한 펄이 많이 들어간 제품에는 펄 자체의 성분에 중금속이나 니켈 같은 것이 포함돼 있어 평소 알레르기나 아토피가 있는 사람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 틈틈이 다리 스트레칭 통해 건강 챙겨야 = 건강한 다리를 위해서는 레깅스나 스키니진보다는 약간 헐렁한 바지를 입고, 무릎 위까지 꽉 조이는 부츠보다는 발목 움직임이 편하고 종아리 둘레가 1~3㎝ 정도 여유가 있는 신발을 신는 게 좋다.

씻을 때에는 찬물과 더운물로 번갈아 찜질해주고 틈틈이 신발을 벗고 발목을 돌리는 등의 간단한 스트레칭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주고 발목에서 무릎을 향해 쓸어 올리듯 마사지를 해 주는 것도 다리 피로를 푸는데 효과가 있다.

조깅, 걷기 등의 가벼운 운동으로 하체근육을 단련시켜 하지정맥을 예방하는 것도 권할만하다.

그러나 하지정맥류 증상이 있다면 등산이나 축구와 같은 하체에 무리를 주는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하체를 많이 사용하는 운동을 하게 되면 혈액이 종아리로 몰리게 돼 위험하기 때문이다.

수술을 할 수 없는 경우나 임신 중일 때, 수술 후 등에는 보조요법으로 의료용 압박스타킹이 주로 사용된다.

의료용 압박스타킹은 일반적인 스타킹과 달리 발목부위에서 최대의 압력이 나타나고 위로 올라갈수록 다리를 조이는 힘이 줄어들도록 만들어져서 꾸준히 입어주면 부기와 통증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존적 요법은 하지정맥류를 완전히 치유하는 것은 아니고, 증상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도와줄 뿐이다.

레이저나 고주파, 주사요법을 통해 망가진 혈관을 부분적으로 제거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는 정맥류 부위가 크지 않거나 증세가 심하지 않을 때 사용된다.

많은 사람들이 혈관을 제거하면 신체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치료는 문제가 생긴 혈관을 제거해 주는 것이다.

피부에 가까운 정맥은 없애더라도 혈액순환에 지장이 없을 뿐 아니라 방치할 경우 더 큰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제거하는게 좋다.

김학제 교수는 "하지정맥류 상태에서 운동을 하는 것은 마치 기름이 새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하지정맥류가 생기지 않도록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약 증상이 있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도움말:고대 구로병원 흉부외과 김학제 교수)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