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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침대… 연체된 책… 지워지지 않는 결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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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자의 침대
    박현욱 지음│문학동네

    <<아내가 결혼했다>>의 작가 박현욱씨가 등단 8년만에 첫 소설집 <<그 여자의 침대>>(문학동네)를 출간했다.

    결혼과 연애를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띈다.표제작 <그 여자의 침대>는 한번 이혼한 서른살 여자의 이야기다. 여자는 매트릭스 스프링이 요란하게 삐걱대는 싸구려 철제침대를 쾌적한 더블침대로 바꾸기로 한다. 그런데 새 침대에 누워보니 편안하기는커녕 불안감만 커져간다.

    '여자의 결혼생활은 일년으로 끝났다. 여자는 약간의 기쁨과 수많은 환멸로 점철된 그 한 해를 조금씩 잊어갔고 대부분을 지워버렸다. 그런데 더블침대로 인해 생각이 다다르는 곳은 지워진 줄로만 알았던 그 한 해였다. 머리가 잊어버린 일들을 몸이 되살려내고 있었다.'

    그 한 해의 밀도는 다른 스물아홉 해의 그것보다 훨씬 더 높았기 때문이다.

    <연체>의 '나'는 많은 걸 연체하고 산다. 자동차 정기검사 유효기간을 넘겨 가압류장이 날아오고,전기요금이 밀려 한겨울 밤에 여관방으로 나가기도 한다. 이런 일을 여러번 겪어도 '나'는 고지서를 곧바로 열어보지 않고 사단이 난 다음에야 연체료를 낸다.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대학 강사 자리를 전전한 지도 10년이 지났는데 교수 임용은 번번이 '연체'되는 상태다.

    '나'는 아내와 이혼한 날 빌린 책을 일년 넘게 연체했으니 속히 반납하라는 도서관의 독촉 전화까지 받는다. 그제서야 이혼 수속을 마치고 서슴거리던 아내에게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강의하러 달려갔던 일년 전 그날을 생각하며, 전처의 휴대전화와 친정집 번호를 눌러보지만 연결되지 않는다.

    장기연체한 책을 반납했을 때 도서관 직원이 한 말처럼 "뭐야, 이게. 늦어도 너무 늦었네."

    <그 사이>의 '나'는 두번째 이혼이 임박한 와중에 '영락없이 이티의 몸매'인 자신의 체형을 교정하기 위해 운동과 식이요법에 몰두한다. 살이 빠질수록 두번째 아내에 대한 원망이 커져만 간다. 사실 '나'는 두번째 아내에게 속내를 죄다 드러낼 만큼 큰 호감은 아니지만 또다른 한편으로는 점수를 깎이고 싶지 않을 정도의 호감 정도만 품었고, 아내 또한 "우리가 서로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한 건 아니잖아"라고 받아친다.

    작가는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결혼도 잘 해나가기 쉽지 않다"면서 "결혼은 가장 개인적인 영역에서 일어나는 밀도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다른 관계보다 개인이 받는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작가의 경험을 반영했다는 <벽>, 번번이 문턱에서 좌절하는 바둑연구생을 다룬 <이무기> 등이 수록됐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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