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램 이매뉴얼 하원의원(사진)은 터프한 성격에다 싸움닭이어서 '람보'란 별명으로 통한다. 그의 이름인 '램'을 딴 것이기도 하다.

올해 49세인 이매뉴얼은 의회와 백악관,시장을 모두 경험한 3박자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정치담당 고문을 맡았고 △1998년 백악관을 떠나 3년간 월가의 한 투자은행에서 근무하면서 18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하원에서는 민주당 내 서열 4위에 올랐다. 하원의장직이 꿈이나 오바마 당선인이 백악관행을 간곡히 권했다.

그는 당선인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 태생으로 직설적인 데다 당파적 이해가 걸린 문제에는 저돌적인 스타일이지만 현실적인 감각도 뛰어난 실용주의자로 분류된다. 오바마와 대조적인 성격이어서 상호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유대인 출신인 이매뉴얼은 선거자금 모금,과격한 언행 등으로 많은 일화를 뿌렸으며 정치·외교적 수완도 상당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이매뉴얼은 후원금이 적을 경우 기부자가 보는 앞에서 수표를 찢고 소리를 질러댔다. 하루는 식당에서 스테이크용 칼로 식탁을 찍어대며 클린턴을 배반한 사람들의 이름을 거명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 직후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만나기 직전 그는 블레어 총리에게 "괜한 얘기로 우리 보스를 욕보이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는 또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적거리던 민주당을 설득,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이끌어냈으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오슬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준비작업을 도맡았다. 대선 레이스에서 NAFTA 재협상을 주장해 온 당선인과 그가 앞으로 어떤 조율을 거칠지 주목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