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꿈틀대는 강남] 재건축 훈풍 불면 강남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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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은마 등 호가도 상승세로 돌아서
실물경기 불안 여전…전문가 "당분간 주시"
아파트 재건축 규제 완화에 따라 서울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재건축 추진 단지에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남 3구는 1970년대 말부터 강남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한꺼번에 들어선 단지들이 많아 재건축 사업 추진 시기가 비슷한 아파트들이 몰려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9일 현재 서울시내 전체 142개의 재건축 추진 단지(추진위~착공) 가운데 강남 3구에 있는 단지는 전체의 절반가량인 67개에 달한다. 이 중 강남구가 30개 단지로 가장 많고 서초구 28개,송파구 9개다.
정부의 11·3 대책에 따른 재건축 규제 완화로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단지는 대치동 은마·청실 아파트,압구정 현대아파트,잠실 주공5단지 등이다. 3종 일반주거지역에 있는 이들 단지는 진척이 더딘 중층 재건축 단지다. 현재 기본계획 용적률이 최대 210%(서울시 조례)로 묶여 있다. 하지만 정부가 용적률을 최대 300%까지 상향 조정하고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폐지하는 한편 소형 주택 의무비율을 대폭 완화해 사업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규제 완화의 훈풍 덕분인지 은마아파트는 급매물이 들어가고 매도 호가가 올라가는 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실물경기 위축 탓에 매수세는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마아파트 단지에 있는 신대치 공인중개 관계자는 "7억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던 일부 102㎡의 급매물 호가가 3000만원 이상 오른 8억원대에 나와 있다"며 "매수세는 8억원대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어 7억원대로 내려온 급매물만을 찾을 뿐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6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경매7계에 나온 은마아파트 112㎡(34평형)는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지난 9월 한 차례 유찰되면서 최초 경매가격이 최초 감정가(12억5000만원)보다 20% 떨어진 10억원에 나왔지만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조합이 이미 결성된 재건축 추진 단지도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는 분위기다. 한 조합장은 "소형 주택 의무비율을 완화한다고 하더라도 전용 85㎡ 이하 비율을 전체 공급 가구수의 60% 선으로 맞춰야 하는 기준은 변하지 않았다"며 "재건축을 해도 상당수가 집을 넓혀 가지 못하는 조합원들의 불만이 여전해 사업이 쉽게 추진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 3구 재건축 투자를 고려한다면 당분간 주시하며 서두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내린 데 이어 지난 7일 0.25%포인트 다시 내리는 등 실물경기 불안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며 "통상 거래 비수기인 겨울이 지나고 내년 봄께 투자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PB팀 부동산팀장도 "허용 용적률이 올라가고 조합원 지위 거래 등이 허용됐을 뿐 새 아파트의 전용 85㎡ 이하 가구수를 60%로 유지하는 소형 주택 의무비율의 큰 틀이 변하지 않아 당장 재건축 사업이 활발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매도 호가가 소폭 올라간 지금 집을 사기보다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