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 한 척에 목숨을 건 사람들이 있었다. 일년 열두달 꽃이 피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무지개가 뜨는 '지상 낙원'이 있다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무작정 바다로 나선 이들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밤을 지나 드디어 섬에 도착했다. 이들의 기대대로 끝없이 펼쳐진 초록 숲과 비옥한 대지가 있는 땅이었다. 이렇게 '하와이'는 기원전 1500년께 인도네시아를 출발한 동남아시아의 고대 라피타 문명인들이 통가,사모아제도,피지,타히티를 거친 긴 여정 끝에 발견한 곳이다. 사실 우리가 아는 '하와이'는 13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하와이제도에서 가장 큰 섬의 이름이다. 잘 알려진 하와이의 주도 호놀룰루나 와이키키 해변은 가장 많이 개발된 오아후 섬에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오아후 섬에서 여행을 시작한 뒤 이웃 섬으로 넘어간다.

■오아후의 해변

'하와이'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와이키키 해변일 것이다. 비키니를 입은 늘씬한 미녀들과 햇볕에 잘 그을린 근육남들을 상상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연중 따뜻한 기후와 높은 파도 덕분에 와이키키 해변엔 전 세계에서 몰려온 탄탄한 몸매의 서퍼들로 가득 차 있다. 대부분의 호텔들이 와이키키 해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방만 잘 잡으면 와이키키를 내려다보며 휴식을 즐길 수도 있다.

스포츠를 굳이 즐기지 않는다면 와이키키 해변에서의 아침 산책을 권한다.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조깅하는 이들만 있을 뿐 한적하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모래 사장을 걷기에 적당하다.

오아후 섬의 열대어들이 보고 싶다면 자연의 수족관이라 불리는 하나우마베이를 추천한다. 하나우마베이는 오아후 섬의 갈라진 한 쌍의 화산호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와 만들어진 해변이다. 살짝 굽은 600여m의 해변이 태평양을 향해 있다. 파도가 잔잔하고 물이 깊지 않아 스노클링 명소로 유명하다. 앞바다의 산호초가 파도와 해류의 흐름을 막아줘 안전하게 스노클링을 하며 열대어를 구경할 수 있다.

해변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환경 보호에 관련된 7분가량의 영상물을 봐야 한다. 해변이 만들어진 역사부터 지켜야 할 사항을 담은 것인데 한 번 본 뒤 이름을 등록해 놓으면 다음에 왔을 때 다시 보지 않아도 된다. 바닷물이 얕아 산호초에 무릎이 긁힐 염려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1953년에 만들어진 걸작 '지상에서 영원으로'에서 버트 랭카스터와 데보라 커가 키스하던 해변을 기억한다면 당연히 하로나 비치로 가야 한다. 영화에서 보던 그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다. 간혹 영화 흉내를 내는 연인들을 구경할 수도 있다.

■호놀룰루에서 즐기기

사면이 뚫린 차인 트롤리를 타면 호놀룰루 시내 관광과 쇼핑을 즐길 수 있다. 햇볕만 뜨거울 뿐 늘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지붕만 있는 차여도 상쾌한 기분으로 탈 수 있다. 트롤리는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관광 포인트와 쇼핑센터를 돈다. 25달러 하는 승차권 한 장이면 하루종일 원하는 때 타고 내릴 수 있다. 승차권은 로열 하와이안 쇼핑센터에서 구입한다. 쇼핑센터에서 파는 성인 의류 가격은 조금 비싸다. 대신 아이들 옷은 국내보다 다양하고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와이키키 해변과 호놀룰루 시내를 한눈에 보고 싶다면 '다이아몬드 헤드'가 제격이다. 영화 '빠삐용'의 촬영지이기도 했던 이곳은 와이키키 해변 남동쪽에 위치한 분화구로 약 40만년 전에 형성되었다. '다이아몬드 헤드'라는 이름은 1825년 영국 사람들이 이곳에서 방해석 결정이 반짝거리는 모습을 보고 다이아몬드라고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 '신성한 새'의 의미를 가진 이올라니 궁전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1882년 지어진 미국의 유일한 궁전이기도 하지만 뒤쪽에 커다란 반얀트리나 야자수 사이사이 보이는 높다란 건물 등은 기념 촬영하기에 좋다.

폴리네시아 민족의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폴리네시안 민속촌은 관광객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다. 드넓은 부지에 사모아,뉴질랜드(마오리),피지,하와이,마르케사스,타히티,통가 등 남태평양 7개 제도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민속춤 공연에서는 한국말을 곧잘 하는 연기자도 있다.



■지구의 심장을 볼 수 있는 곳

하와이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하와이는 보통 '빅아일랜드'라 불린다. 관광객들이 명칭을 헷갈릴까봐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섬 면적이 제주도의 8배나 될 정도로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빅아일랜드는 동쪽의 힐로,서쪽의 코나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코나는 다시 카일루아 코나 지역과 코나 코스트로,동쪽은 힐로,킬라우에아,코할라 코스트 등으로 세분할 수 있다.

빅아일랜드는 섬 중앙에 마우나 로아와 마우나 케아라는 거대한 두 개의 산이 솟아 있다. 높은 산이 가로막고 있는 덕분에 섬의 동쪽과 서쪽은 서로 다른 기후를 지닌다. 비가 많이 내리는 동쪽의 힐로 지역,맑은 날의 비율이 한 해 99%에 이르는 서쪽의 코나 지역은 완전히 정반대 기후를 보인다.

마우나 케아가 이미 성장을 멈춘 화산이라면 동쪽에 있는 킬라우에아 화산은 1983년에 대폭발을 일으켰으며 지금도 계속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화산이다. 그야말로 지구의 심장부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와이화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킬라우에아 화산은 독특한 식생분포를 보이기 때문에 국제 생태계보호지역,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분화구 주위로 원을 그리듯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져 있는데 여행자들은 이 길을 따라 올라 분화구와 용암,뜨거운 수증기 등이 솟아오르는 것을 감상할 수 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구경할 수 있는 것은 하와이 화산이 필리핀이나 알래스카와 같이 일직선으로 대폭발하는 화산이 아니라 조용히 흘러내리는 슬라이드형 화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흘러나온 용암이 굳어지고 누적돼 새로운 땅을 생성,빅아일랜드를 더 크게 만들고 있다. 빅아일랜드 곳곳에서 검은 용암밭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사이 용암이 바다를 메워 땅이 된 지역은 무려 297만6600㎡(90만2000평)이다. 1990년에 화산이 폭발하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용암밭 사이사이에 무너진 도로들이 눈에 띈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절로 들게 하는 광경이다.

식은 용암밭에 뒹구는 돌들은 '아아'와 '파호이호이'로 나뉜다. 모두 원주민들이 붙인 이름이다. '아아'는 돌이 뾰족해서 발이 아프다는 뜻이고,'파호이호이'는 평평하다는 뜻으로 용암의 온도 차이 때문에 다르게 형성된 것이란다.

용암과 바다가 만나는 곳도 장관이다. 거친 파도가 검은 절벽에 부딪치는 모습이 거친 대자연의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흘러내리는 용암의 후끈함과 시원한 바닷바람이 동시에 느껴지는 묘한 장소이기도 하다. 낮에는 햇볕 때문에 용암의 붉은색을 보기 힘들다. 렌터카를 빌려 밤에 국립공원을 투어하면 화산재 사이로 펄펄 끓는 용암을 볼 수 있다.

빅아일랜드에선 2시간짜리 헬기투어를 권한다. 220달러 정도로 비싸지만 유황가스가 분출하고 있는 분화구를 직접 상공에서 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 사진 촬영을 할 경우 헬기 조종사 뒤에 앉는 것이 낫다.

하와이=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