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일각 '유책주의 → 파탄주의' 변경론 대두

최근 법원 일각에서 이혼재판에서 '파탄주의'를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이혼소송에서는 부부 중 한쪽의 책임이 있을 때만 이혼이 성립하는 '유책주의'가 채택돼 왔다. 유책주의는 남성이 사회적으로 강자였던 시기에 자신이 폭력 불륜 등 잘못을 저질러 놓고 약자인 여성을 가정에서 쫓아내는 행태를 막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 경우 재판 과정에서 서로의 책임을 밝혀내느라 적대감이 생기고 이로 인해 악화된 관계가 자녀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이미 파탄이 난 혼인관계에서 한 쪽의 책임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혼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도 관계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어서 국가가 법률로만 부부를 묶어놓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파탄주의'는 불륜을 저지른 남편이 이혼소송을 제기해도 부부관계가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이 났다면 이혼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파탄주의에 대한 논의는 최근 서울가정법원의 내부통신망 토론 게시판에 한 판사가 파탄주의를 검토해야 한다는 글을 잇달아 올려 본격화되고 있다.

이 판사는 "혼인의 본질은 부부간 애정인데 애정이 없는 혼인관계를 국가가 지속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며 "시대가 변해 이혼소송 중 여성이 원고인 비율도 더 많아진 만큼 약자인 여성의 보호를 위해 유책주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기에 파탄주의 도입을 논의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