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국회의원실에 민원이 부쩍 늘었다. 일자리를 찾아달라는 부탁부터 대출 문제를 풀어달라는 중소기업의 하소연까지 불황과 관련된 민원이 대부분이다. 뾰족한 답을 내놓을 수 없는 의원들은 "지역구민을 만나기가 겁이 날 정도"라고 답답함을 토로한다.

의원들을 가장 난처하게 만드는 것은 단연 일자리 민원이다.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서울 강서을)은 "지역구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임대아파트가 있는데 그곳에 사는 장애인,서민들이 한 달에 10만~15만원 하는 임대료를 연체해 쫓겨날 지경이라며 하소연한다"며 "노가다라도 좋으니 취직 좀 시켜달라는데 답답할 뿐"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우윤근 민주당 의원(전남 광양)도 "지역구에 내려갈 때마다 취직자리 좀 알아봐달라는 분들이 너무 많다. 작년에 비해서도 크게 늘어나 깜짝 놀랄 정도"라며 "그렇다고 취직자리를 구할 방법은 없으니 '경제가 좋아지면 다 잘되겠죠'라고 위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침체된 건설경기에 따른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전북 익산갑)은 "지역구인 익산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화강암 산지인데 최근 건설경기가 주저앉으면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많이 어려워졌다"면서 "지역에서 생산된 석재를 판매ㆍ전시하는 '돌문화 축제'도 올해는 빛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경남 김해갑)은 "김해에도 여러 택지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업계 종사자들과 지역구민들로부터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고 했다.

중소기업통인 배은희 한나라당 의원은 "중소기업 관련 협회나 단체들이 은행 창구에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고,같은 당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도 "얼마 전 지역 기업인들을 만났는데 금융권의 자금 순환 좀 터달라고 아우성이더라"며 "부도설도 이곳저곳에서 흉흉하게 들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경목/김유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