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황당합니다. 한마디로 감쪽같이 속은 거죠."

교육과학기술부가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orld Class University)' 육성사업 심사 결과를 발표한 9일,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의 내용은 WCU 사업심사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지만 외국인 교수의 중복지원 탓에 탈락하게 됐다는 것.그의 목소리엔 지난 3개월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프로젝트가 '양식'없는 외국인 교수 한 명 때문에 수포로 돌아간 데 대한 억울함이 묻어났다.

교과부는 지난 6월 WCU의 일환으로 심사를 벌여 세계적 석학을 초빙하려는 국내 대학을 재정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단,외국 석학이 여러 대학에 중복지원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인도계 미국인 경영학 교수 M씨는 WCU의 경제·경영학 분야 과제에서 고려대와 서강대에 동시 지원해 논란을 낳고 있다. M교수는 "서강대엔 봄학기,고려대엔 가을 학기로 지원했기에 중복 지원이 아니다"고 강변하고 있다.

대학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서강대와 고려대는 분명히 그에게 "중복 지원은 결격사유가 된다는 것을 수차례 공지했다"며 펄펄 뛰고 있다. 대학들은 M교수가 이런 규정을 알면서도 우리정부와 국내 대학을 우습게 알고 이를 무시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교과부는 M교수의 중복 지원을 이유로 들어 일단 경제·경영 분야에서 석학을 초빙하려는 계획을 중지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향후 경제·경영분야의 과제 관련 재공고를 낼지는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근 대학들이 외국인 교수 모셔오기에 열을 올리면서 외국인 교수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서울대 외국인 교수가 학교 측에 통보도 없이 돌연 귀국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유능한 외국인 교수를 초빙하는 것은 대학들에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모셔오기에만 치중할 경우 이처럼 국내 대학이 외국인 교수의 '봉'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외국인 교수의 자질을 검증하고 사후 관리하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성선화 사회부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