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오피스 요즘은 '찬밥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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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보유 빌딩 대거 매물로…경기침체로 매수는 꽁꽁
4천억짜리 극동빌딩, 750억 낮춰도 주인 못찾아
오피스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오피스 시장은 서울 도심·강남·여의도권 등 주요 업무지역에서 사무실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임차 수요가 몰리면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 경기 침체 여파로 급속히 냉각됐다.
외국계 투자회사들이 소유한 빌딩을 대거 매물로 쏟아내자 매도자 우위 시장은 불과 수개월 만에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변해버렸다. 빌딩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매수세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실물경기 위축으로 사무실을 확장하려는 회사가 없는 데다 4~5년 뒤에는 대규모로 오피스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수급 사정이 크게 해소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멈출 기세를 모르던 오피스 시장이 한풀 꺾이게 된 분수령은 맥쿼리센트럴이 매물로 내놓은 서울 중구 충무로 극동빌딩(연면적 7만2600㎡)이 두 번이나 매수자들부터 '퇴짜'를 맞은 뒤부터다. 우선협상대상자 1순위였던 코람코-STX 컨소시엄이 매입 포기를 선언했고 다음 순위인 GE자산운용-국민연금 컨소시엄 역시 뒤로 물러섰다. 빌딩 가격은 4000억원까지 예상됐지만 국민연금은 3250억원도 비싸다며 손을 털었다. 3.3㎡(1평)당 1400만원대도 비싸다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연초에는 강남 테헤란로 한솔빌딩이 3.3㎡당 225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외국계 투자회사가 내놓은 매물은 극동빌딩뿐만이 아니다. 최근 파산한 리먼브러더스는 서울 명동 M플라자와 동대문 라모도 쇼핑몰을 매물로 던졌다. 메릴린치도 종로구 SK서린빌딩을 팔겠다고 나섰다.
GERE의 강남구 논현동 트리스빌딩도 매물 리스트에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외국 투자회사 가운데 상위 5개 업체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8조원 정도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매물로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자산관리업체인 교보리얼코 임홍성 투자자문실장은 "외국 투자회사가 본사의 유동성 위기 때문에 현금 확보 차원에서 국내 빌딩을 팔려고 한다"며 "매물이 늘어나는 반면 수요자는 사라져 오피스 시장은 정점을 찍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빌딩 매물은 거래가 거의 중단됐다. 국내 연기금과 투자회사 등은 부동산 매입을 '올스톱'한 상황이다. 또 다른 자산관리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지면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는데 그럴 경우 오피스 시장을 지탱해 왔던 임대시장까지 무너질 수 있어 빌딩 매입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 오피스 빌딩 공급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투자심리를 저해한다. 여의도에서는 파크원 빌딩이 2011년에 완공된다. 연면적 64만㎡로 63빌딩 연면적(16만6100㎡)의 4배에 이른다. 서울국제금융센터(연면적 51만㎡)는 시행사인 AIG가 유동성 위기에 휩싸여 제때 완공될 수 있을지 불확실해졌지만 201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포구 상암DMC에서도 랜드마크타워(연면적 24만㎡)를 비롯해 빌딩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선다. 용산역세권에서는 드림타워(연면적 50만㎡)가 2017년 입주를 계획하고 있고 도심권에서도 종로구 청진동이 재개발을 통해 빌딩숲으로 바뀐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4천억짜리 극동빌딩, 750억 낮춰도 주인 못찾아
오피스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오피스 시장은 서울 도심·강남·여의도권 등 주요 업무지역에서 사무실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임차 수요가 몰리면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 경기 침체 여파로 급속히 냉각됐다.
외국계 투자회사들이 소유한 빌딩을 대거 매물로 쏟아내자 매도자 우위 시장은 불과 수개월 만에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변해버렸다. 빌딩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매수세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실물경기 위축으로 사무실을 확장하려는 회사가 없는 데다 4~5년 뒤에는 대규모로 오피스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수급 사정이 크게 해소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멈출 기세를 모르던 오피스 시장이 한풀 꺾이게 된 분수령은 맥쿼리센트럴이 매물로 내놓은 서울 중구 충무로 극동빌딩(연면적 7만2600㎡)이 두 번이나 매수자들부터 '퇴짜'를 맞은 뒤부터다. 우선협상대상자 1순위였던 코람코-STX 컨소시엄이 매입 포기를 선언했고 다음 순위인 GE자산운용-국민연금 컨소시엄 역시 뒤로 물러섰다. 빌딩 가격은 4000억원까지 예상됐지만 국민연금은 3250억원도 비싸다며 손을 털었다. 3.3㎡(1평)당 1400만원대도 비싸다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연초에는 강남 테헤란로 한솔빌딩이 3.3㎡당 225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외국계 투자회사가 내놓은 매물은 극동빌딩뿐만이 아니다. 최근 파산한 리먼브러더스는 서울 명동 M플라자와 동대문 라모도 쇼핑몰을 매물로 던졌다. 메릴린치도 종로구 SK서린빌딩을 팔겠다고 나섰다.
GERE의 강남구 논현동 트리스빌딩도 매물 리스트에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외국 투자회사 가운데 상위 5개 업체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8조원 정도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매물로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자산관리업체인 교보리얼코 임홍성 투자자문실장은 "외국 투자회사가 본사의 유동성 위기 때문에 현금 확보 차원에서 국내 빌딩을 팔려고 한다"며 "매물이 늘어나는 반면 수요자는 사라져 오피스 시장은 정점을 찍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빌딩 매물은 거래가 거의 중단됐다. 국내 연기금과 투자회사 등은 부동산 매입을 '올스톱'한 상황이다. 또 다른 자산관리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지면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는데 그럴 경우 오피스 시장을 지탱해 왔던 임대시장까지 무너질 수 있어 빌딩 매입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 오피스 빌딩 공급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투자심리를 저해한다. 여의도에서는 파크원 빌딩이 2011년에 완공된다. 연면적 64만㎡로 63빌딩 연면적(16만6100㎡)의 4배에 이른다. 서울국제금융센터(연면적 51만㎡)는 시행사인 AIG가 유동성 위기에 휩싸여 제때 완공될 수 있을지 불확실해졌지만 201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포구 상암DMC에서도 랜드마크타워(연면적 24만㎡)를 비롯해 빌딩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선다. 용산역세권에서는 드림타워(연면적 50만㎡)가 2017년 입주를 계획하고 있고 도심권에서도 종로구 청진동이 재개발을 통해 빌딩숲으로 바뀐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