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車공장 세워 일자리 만들어주는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진 미국 자동차 회사들에 대한 정부 지원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한국 자동차를 겨냥,'불공정 무역을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자 국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오바마 당선인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도 "한국이 수십만대의 차를 미국에 수출하지만 미국이 한국에 파는 것은 고작 5000대도 안된다"고 지적하면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자동차 관련 조항의 수정을 요구하는 등 공세를 지속해왔다.

이에 대해 국내 완성차 업계는 "한.미 자동차 교역이 불공정하다는 시각은 동전의 한면만 본 데 따른 오해"라며 "한국 자동차 업계는 미국 내 현지공장 등을 통해 고용 창출 및 투자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실상 알리기'에 바빠졌다.

강철구 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이 준공된 2005년 이후 현지생산이 늘면서 한국 자동차의 미국 직수출은 매년 줄고 있다"며 "GM 자회사인 GM대우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이 연간 10만대를 웃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완성차는 2005년 70만대를 넘었으나 지난해 66만여대로 떨어졌고 올해는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더 축소될 전망이다.


반면 현대차가 2005년 11억달러를 투자,연산 30만대 규모로 준공한 앨라배마공장은 그해 9만1000대를 출고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25만1000여대까지 생산 규모가 커졌다. 기아차 역시 10억달러를 들여 30만대 규모의 조지아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하반기 완공할 예정이어서 직접 수출물량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는 현대.기아차가 현지공장 가동을 통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은 직접 고용 2500여명과 부품업체 채용 4000여명 등 모두 7000명 가까운 현지인에게 일자리를 주고 있다. 기아차 조지아공장도 내년 하반기 가동에 들어가면 부품업체를 포함해 5000명 가까운 현지인을 채용할 계획이다.

2003년까지 미국 내 지역별 경제성장률 등에서 하위권에 머물던 앨라배마는 최근 성장률이 가장 높은 10개주에 포함될 만큼 앨라배마 공장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공장에 있는 몽고메리시는 현대차 공장이 들어선 뒤 호텔 6개가 들어서는 등 파급 효과까지 감안하면 신규 고용창출은 2만명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GM의 글로벌 소형차 생산기지로 자리잡은 GM대우 역할도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소형차 젠트라와 라세티 등은 글로벌 인기 차종으로 시보레 등 GM계열 브랜드로 전 세계에 수출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라세티 프리미어는 한국은 물론 유럽과 미국에서 생산돼 130개국 이상의 시장에서 GM의 다양한 브랜드로 판매될 예정이다. GM대우 관계자는 "라세티 프리미어는 소형차 수요가 확대되는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GM의 핵심 모델"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미국차 판매가 부진한 데 대해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연비와 디자인 등에서 떨어지다보니 폭발적으로 커지는 수입차 시장을 일본이나 유럽차가 주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