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전용 MP3·아기옷 세탁기·소형 LCD TV…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말은 옛말이다. 농담 같지만 적어도 가전 시장에서는 그렇다. TV,냉장고,에어컨 등 가전시장의 '형님' 제품이 경기침체로 주춤하는 사이 소형 '아우'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들을 일컫는 말인 '세컨드 가전'은 이미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 세컨드 가전은 주용도보다는 부수적인 용도,대형제품보다는 소형,고가제품보다는 중저가라는 특징이 있다. 세컨드 TV,세컨드 냉장고,세컨드 에어컨….수많은 세컨드 가전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세컨드 가전 왜 인기일까

불황이라 소비자들의 지갑은 얄팍해져간다는데 왜 이들 제품이 인기를 누리는 것일까. 이유는 경제성에 있다. 소형인 데다 기능도 필요한 것들로만 갖춰 저렴하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부담이 적고 기능은 고루 갖춘 이들 제품이 제격이란 설명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삼성전자의 MP3 플레이어 '옙 S2'다. 지난 6월 첫선을 보인 이 제품은 조약돌 모양의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고가의 아이팟을 구매하기보다는 음악 감상에 적합한 기능을 고루 갖춘 데다 깜찍하고 귀여워 이 제품을 찾은 소비자들이 많았다.


◆틈새 시장을 노려라

틈새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가전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 같으면 한집에 세탁기 두 대인 시대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바로 틈새 시장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02년 3kg대의 소형 세탁기를 시장에 내놨다. 삶기 기능을 더해 어린 아이를 가진 주부들을 공략했다.

이 제품은 '아기사랑 세탁기'로 불리면서 임신과 출산, 육아와 관련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가 급성장했다.

아기 기저귀나 따로 세탁하고 싶은 속옷을 간편히 세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누적판매량이 7만대에 달했고 올해도 월 평균 4000대가 팔려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통 세컨드 가전

정공법을 구사하고 있는 세컨드 가전도 있다. 김치냉장고와 와인셀러가 대표적이다. 이 두 제품은 '형님' 영역인 냉장고의 보조 역할을 담당하며 최근까지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가전업계에서 쌀과 육류, 와인까지 보관할 수 있는 김치냉장고가 속속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보관 기능이 탁월하고 습도 유지에 강점을 보이는 김치냉장고를 잘 활용해 제2의 냉장고처럼 쓰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김치냉장고 용량도 점점 커져 과거에는 200ℓ급 제품이 대세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300ℓ까지 보관할 수 있는 용량이 늘어났다. 이에 발맞춰 LG전자는 김치냉장고 사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사계절 내내 사용된다는 점에 착안해 올해부터 연중 신제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자리바꿈 일어나는 세컨드 TV 시장

LCD(액정디스플레이) TV가 세컨드 TV 시장의 터줏대감을 밀어내고 있다. 세컨드 TV는 안방이나 아이들 공부방에 놓는 30인치 이하의 작은 브라운관 TV를 뜻했지만 점차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이 자리를 LCD TV가 채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초 22인치 HD(고화질) 신제품과 32인치 LCD TV '보르도 550'을 내놨다. LG전자는 32인치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TV로 이 시장을 섭렵해가고 있다.

세컨드 TV 시장에 뛰어든 것은 LCD TV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모니터들도 이 시장에 가세해 박빙의 승부를 겨루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모니터로도 TV를 간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한 24인치,26인치 풀HD(초고화질) TV 겸용 모니터 '싱크마스터'를 내놨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 가전의 기능과 디자인을 특화한 세컨드 가전이 불황기의 새로운 인기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