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좌담 - 경제 재도약을 위한 인재양성 과제
모든 직원에 호의적인 기업엔 인재가 모이지 않는다!


"한국의 교육 방식은 이제 21세기에 걸맞은 창의성과 사고력을 배양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

지난 5일 열린 '경제 재도약을 위한 인재양성 과제'란 주제의 '글로벌 인재포럼' 특별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찰스 골드만 랜드연구소 디렉터는 "한국이 인적 자원 경쟁력을 높이려면 획일적인 커리큘럼 위주의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리 패트리노스 세계은행 교육팀장도 "교과서에 몰두하는 것보다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피터 치즈 액센츄어 글로벌 대표는 "모든 직원에게 호의적인 기업에는 인재가 모이지 않는다"며 "한국 기업들은 직원들의 역량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빨리 갖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피터 치즈 액센츄어 글로벌 대표=한국은 최근 글로벌화를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외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기업 조직도 해외 인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특히 주요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와 고위 임원들의 글로벌 리더십에는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한국의 리더들은 국제 사회와 교류해 본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글로벌 교류에 익숙한 리더들의 숫자도 부족하다. 한국은 앞으로 예비 리더들이 해외에서 실력을 쌓도록 교육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인재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함께 일하는 경험도 지금보다 많이 쌓아야 한다.

△찰스 골드만 랜드연구소 디렉터=랜드연구소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어떻게 하면 글로벌 무대에 적합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을 것인지를 연구해 왔다. 결론은 대학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대학은 우선 뛰어난 자질을 갖춘 외국 교수진들을 보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에 대한 보상 체계를 먼저 가다듬어야 한다. 유능한 외국 교수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 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현재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 대학 졸업생들과 네트워크를 구축,대학의 국제화에 활용해야 한다.

△해리 패트리노스 세계은행 교육팀장=한국 교육의 단점은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학생들이 여러 나라에서 공부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많은 한국인들은 우수한 인재가 해외로 나가면 인재가 유출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다양한 나라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늘어날수록 한국의 인재 풀이 다양해진다고 생각해야 한다.

△치즈 대표=서구 기업과 아시아 기업은 문화와 사고가 다르다. 앞으로 아시아 기업들은 서구에서,서구 기업들은 아시아에서 사업의 기회를 늘려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서구 기업과 아시아 기업의 특징을 고루 갖추고 이를 지역에 따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좌뇌와 우뇌가 균형을 갖춘 사람이 높은 업무 성과를 내듯 기업 경영도 다양한 문화와 생각을 포용해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패트리노스 팀장=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수학과 과학 등 기초학문 분야에서 다소 취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응용 학문에 전력투구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고 판단된다.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에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저력은 기초 학문이라는 밑거름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에서 기초학문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치즈 대표=교육과 훈련에 대한 투자는 경제 발전의 기본이다. 당장 상황이 어렵다고 교육과 훈련에 대한 투자를 줄이면 국가의 미래가 어두워진다. 이는 국가와 기업 모두 마찬가지다.

△패트리노스 팀장=한국이 뛰어난 경제적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교육열 때문이었다. 한국 학생들은 그동안 엄청난 학업량을 소화해 왔다. 그들이 성장해 지금의 한국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교육 모델을 고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정도 국가가 발전한 뒤에는 커리큘럼 중심이 아닌 창의성 중심의 교육을 해야 한다. 최근 창의성 중심으로 교육의 기조를 바꾼 국가로 싱가포르를 들 수 있다. 싱가포르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한국보다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문제를 주고 창의력과 추진력 사고력 등을 평가해 보면 한국 학생들보다 뛰어난 경우가 많다.

△골드만 디렉터=한국이 한층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21세기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과거 제조업 국가의 인재양성 방식을 탈피해 창의적인 사고와 혁신적인 의견을 갖춘 인재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치즈 대표=세계의 경제 환경은 매일 시시각각 변한다. 이 같은 환경에서 성과를 내려면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고 그에 맞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내야 한다. 빠른 실행을 위해서는 단위 조직들이 외부 전문가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도 지식을 늘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좀 더 엄격한 평가 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필요하다. 성과를 올린 구성원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지 않는 조직은 높은 수준의 인재를 붙잡아 둘 수 없다.

글=송형석/박민제 기자 click@hankyung.com /고희석 인턴(한국외대 4학년)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