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에서 '심리학'의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제학에는 공급 사이드를 중시하는 케인스학파 등 다양한 이론이 있지만 현실 경제는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고 일본의 경제평론가인 오마에 겐이치가 유력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11월8일자)를 통해 주장했다.

오마에씨는 1929년의 세계공황과 현재 금융위기의 최대 차이점은 '정보 확산과 스피드'라고 지적했다. 현재 금융위기는 심리적인 면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1929년 금융위기 당시 시민들은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은행에 몰려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상에서 자금을 다른 은행으로 이체하기 때문에 은행 창구에서 발생하는 소동이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대규모 자금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다음 차례가 어떤 금융회사가 될지 몰라 시민들은 패닉(공황) 상태에 빠져들게 됐다. 주가가 대폭락하고 금융시장 혼란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 비교적 재무상태가 좋은 은행에도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국민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사이버 심리전쟁에 정부가 패한 셈이다.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이 천문학적 자금을 순간적으로 이동시키면 아무리 거대한 금융회사도 망하게 된다. 이것이 이번 금융위기의 한 본질이다. 오마에씨는 따라서 앞으로 세계의 리더들은 집단심리를 이해하고,관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라면 '빨리 사고 싶다''어떻게 해서라도 갖고 싶다'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불황기를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불황기를 벗어나려면 돈 있는 여유층의 지갑을 열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존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벽(Mental Bloc)'을 깨야 한다. 일본인의 경우 항상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돈을 쓰지않고 현금을 쌓아두는 경향이 강해 소비가 안 되고,경제가 악순환에 빠진다.

따라서 인생은 최악의 순간에 대비하는 게 아니라 즐겁게 여생을 마무리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식으로 마인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는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관리술이다. 불황기일수록 조직 내에서 생존하거나,조직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선입관'을 버리고 상대방과 융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조직 내 프로젝트팀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행동파와 신중파,이상주의자와 실무형 등 서로 다른 타입의 인물을 골고루 섞어야 생산성이 높아진다. CEO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직원을 활용해야 경영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오마에씨는 전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