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각종 소송 때문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은행의 존립 기반인 고객들이어서 법적 분쟁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펀드 불완전판매 소송'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은행은 이미 '파워 인컴펀드'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환매가 중단된 '우리2스타파생상품펀드KH-3호' 등으로 인해 피고석에 서야 한다. 국민은행은 역외펀드 선물환 계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할 처지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작년 말 4조원의 시중자금을 빨아들인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를 많이 판 국민은행이나 차이나 펀드를 집중적으로 판매한 신한은행 모두 소송에 휩싸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1일 열리는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 우리파워인컴펀드의 불완전 판매를 인정할 경우 유사 소송이 봇물 터지듯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은 최근 부행장을 반장으로 하는 '역외펀드 전담대책반'을 만들었고 신한은행은 은행장 직속으로 '펀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난주부터 가동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펀드 소송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남는 것은 고객들의 원성"이라며 "은행 신뢰에 흠집이 가지 않으면서 금전 손실도 최소화하는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외환파생상품인 키코(KIKO) 소송은 은행의 중소기업 고객 기반을 흔들고 있다. 현재 97개 키코 피해 중소기업들은 "은행이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아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며 외환은행,한국씨티은행 등 13개 은행을 상대로 키코 계약이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밖에 은행들은 크고 작은 분쟁에 휘말려 있다. 국민은행은 국민주택기금 위탁 수수료와 관련해 1100억원대 소송에서 피고로 섰으며 신한은행은 한 기업의 분식회계를 방조했다는 이유로 473억원의 소송에 연루돼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