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어양동에 있는 한지사(絲) 생산업체인 쌍영방적. 2004년 쌍방울 방적사업부문에서 분사한 이 회사 공장에서는 국내에 1대밖에 없는 한지사 제조기계가 24시간 쉴새없이 실을 뽑아낸다.

기존의 면(綿)이나 폴리에스터 소재를 활용한 제품의 한계를 절감,익산 소재 한국니트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개발한 한지섬유는 전통 한지를 얇게 썰어낸 뒤 이를 꼬아서 만든 것으로 현존하는 최경량 소재다.

◆친환경·고기능 나무섬유

한지 특성을 살린 섬유소재는 '친환경''고기능성' 등 세계 섬유시장의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져 시장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외부 연구기관의 실험결과 한지사를 소재로 한 옷은 항균성,생분해성,내취성,내구성,염색성 등이 기존 섬유에 비해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지역 IRS(지역혁신)사업단의 한 프로젝트로 출발한 한지사업은 점차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쌍영방적이 독점 생산하고 있는 한지사는 트라이브랜즈,해피랜드,휠라,좋은사람들 등에 납품돼 일부 제품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김강훈 쌍영방적 사장은 "한지사의 강점을 살려 아웃도어 의류나 유아 실버의류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앞으로 산업용 섬유 등으로 적용분야를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이미 한지와 유사한 화지(和紙)를 활용,도요타자동차의 하이브리드카 내장재를 만들고 있다. 쌍영방적도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차 내장재용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지섬유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이 회사는 한때 번창했던 전북 섬유산업의 구조조정 산물이지만,전통의 한지를 원료로 한 '나무섬유' 상업화에 성공해 지역경제 부활의 선봉장으로 떠올랐다.

쌍방울 BYC 태창 등 국내 3대 내의업체들을 기반으로 전북지역은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국내 최고 섬유인프라를 갖춘 곳으로 꼽혔다. 하지만 3대 내의업체들이 잇따른 도산과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방적 편직 염색가공 등 섬유연관업체 수가 30% 이상 줄었다.

쌍방울서 분사…화려하게 재기

쌍영방적은 '나무섬유'란 희소성에 주문이 늘고 있지만,생산능력이 월 1만㎏에 불과하다는 게 최대 고민거리다. 올초에는 글로벌 청바지 브랜드인 리바이스의 '러브콜'을 주문량을 댈 수 없어 거절하기도 했다. 앞으로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현재의 5배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지원료 닥섬유의 안정적 확보도 쌍영방적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 업체는 익산시와 공동으로 현재 40만평 휴경지에 닥나무 재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김 사장은 "한지사는 사양화 길을 걷는 지역 섬유산업에 대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닥나무 재배를 통해 1차산업에서 3차산업까지 동반 성장할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쌍영방적은 한지 원사 40%,한지 섬유류 완성품 60%의 매출비중으로 올해 20억원,내년에는 5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예정된 설비투자를 통해 수출활로만 뚫으면 매출은 수년 내 1000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쌍영방적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인근 섬유업체의 특수도 기대된다. 이 회사는 한지사의 제품 속성을 살리기 위해 인근에 위치한 염색가공업체인 전일염공과 일괄생산체제를 갖췄다.

익산=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