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교훈 … 실물위기 미리 대비해야"

정부와 여당이 '프리 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하기로 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업 현장의 곳곳에서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체 임원들을 만나 보면 부실이 곪아 터진 뒤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현재의 기업 구제 시스템으로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임 의장은 특히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부도 기업을 대상으로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등 사후적인 조치에 급급했다"고 지적한 뒤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에선 부도가 나기 전에 회생할 수 있는 기업에 서둘러 자금 지원을 하고 선제적인 구조조정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제적 구조조정' 카드를 꺼낸 것은 경기 침체 국면에서 '부실 징후' 기업에 대한 지원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한 뒤 이 문제를 놓고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기획재정부 등과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임 의장은 이어 "금융위기로 인한 실물경기 위축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자동차산업의 지각 변동과 조선업 불황 징후 등이 맞물리며 실물경기 전반에 대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바마 정권 출범으로 미국의 자동차산업 통상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본다"며 "한.미 FTA 비준에 앞서 차기 미국 정부가 '자동차 재협상'을 요구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업도 발틱운임지수(BDI.철강.석탄 등을 나르는 벌크선 화물의 운임 추이를 나타내는 지수)가 6년2개월 만에 1000 이하로 떨어지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의 자체적인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