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신용평가 회사인 피치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종전과 같은 'A+'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한 단계 낮췄다.

국제 신용평가 회사가 한국의 등급 전망을 낮춘 것은 북핵위기가 불거진 2003년 3월 무디스가 등급 전망을 내린 이후 5년6개월여 만이다.

피치는 10일 '이머징마켓 신용등급 리뷰'란 특별보고서를 통해 최근 선진국 경기 둔화가 이머징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을 재검토한 결과 투자적격등급(BBB~A)에 속하는 한국 러시아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 17개 신흥시장 국가에 대한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피치는 한국의 등급 전망 수정 배경에 대해 "급격한 경기 침체에 따른 은행권의 차입 감소(디레버리징) 부담 증가와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인해 한국의 대외 신용도가 악화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다만 "(한국은) 잠재적인 외부 자금 수요가 크지만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확보하고 있어 유동성 우려는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피치의 이번 등급 전망 하향 조정으로 내년 4월에 발표될 한국의 신용등급이 현행 'A+'에서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