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기업 구조조정 환경은 10년 전인 외환위기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1998년 외환위기 때는 대기업의 과잉 중북 투자와 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해외 진출,이로 인한 대기업 부도가 은행 부실로 이어지면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국가 부도 사태로 이어졌다.

반면 최근의 금융위기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원인이다. 미국 내 대형 금융회사들의 파산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소비 위축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를 불러오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금융 경색이 실물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면서 투자와 소비가 부진해지고 무역량도 급감하면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과 인도,일본 등 전 세계의 동반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기업 구조조정 방식도 10년 전과 지금은 달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0년 전의 기업 워크아웃은 국가 부도 상태에 있었던 만큼 공적 차원의 외과수술적 응급 처방이 필요했다면,지금은 민간 차원에서 시장 주도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업 부도가 발생하기 이전에 이를 진단하고 예방하는 종합적 사전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는 해외 자산 매각을 통해 기업들의 방만한 경영을 치유할 수 있었다. 당시 외국 자본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한국 기업과 자산을 싼 값에 사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났다.

반면 지금은 한국 기업이나 공장 사무용 빌딩 등 자산을 매입하려는 외국 자본이 없다. 예전의 기업 구조조정 방식이 통할 수 없는 이유다.

일시적 외화 유동성 부족을 IMF 구제금융으로 해결한 뒤 수출 확대를 통해 기업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전 세계적인 소비심리의 위축,특히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로 인해 이 같은 해법을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세계 각국이 금융공황 진정에는 공조를 했지만 자국의 실물경제로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정부가 재정 확대를 통해 내수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쪽에 정책의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며 "금리 추가 인하를 통해 가계와 기업의 대출 부담을 줄이고 금융기관에 대한 지원을 통해 실물경제가 위축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