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손실 발생 계좌 대상 … 신규취급 중단도

은행들이 펀드담보대출 회수에 나섰다. 현재 평가액이 대출 시점 평가액보다 낮아진 대출자가 그 대상이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지난달부터 대대적인 펀드담보대출금 회수 작업에 들어갔다. 최근 증시 하락으로 담보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펀드를 담보로 대출받은 고객 중 해당 펀드 평가액이 가입 시점 평가액 이하로 떨어졌거나 그럴 만한 위험성이 보이면 대출금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씨티그룹이 전 계열사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한국씨티은행도 펀드담보대출 자금을 거둬들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은행 또한 최근 펀드담보대출 회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민은행도 펀드 평가액이 대출액보다 줄어들면 상환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펀드가 사상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하자 펀드담보대출 상품을 앞다퉈 내놨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펀드 평가액의 60%까지 대출해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일부 투자자는 지난해 말 대출금을 다시 펀드에 넣는 '묻지마 투자'까지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손실 만회를 위해 6~8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펀드담보대출금으로 재투자를 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 펀드담보대출 규모는 약 2조원(6월 말 기준)에 이른다.

하지만 현재는 담보 인정 비율이 씨티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30%,신한은행은 40%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리스크 관리도 강화하는 추세다.

씨티은행은 다음 달부터 인터넷 펀드담보대출의 신규 취급을 무기한 중단키로 했다. 창구를 통해서는 대출 신청을 할 수 있지만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 펀드담보대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기업은행도 각 영업점에서 전산시스템을 통해 담보 인정 비율 이하로 하락한 담보물 명세를 조회하도록 했다.

한편 증권사들은 펀드담보대출을 신규로 금지하거나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는 등의 움직임은 없다. 증권사 담보대출은 펀드보다 주식을 중심으로 이뤄져 펀드담보대출 규모가 3300억원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 판매가 많았던 미래에셋증권의 펀드담보대출액은 1000억원 안팎이며 펀드 판매 2위인 동양종금증권은 100억원 미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펀드담보대출에 직접 손을 대지는 않고 주식담보대출 기간만 180일에서 90일로 절반가량 줄여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 상품지원팀 관계자는 "주가 급락으로 펀드대출 기준이 되는 순자산이 줄었다 해도 그 자산가격에 50%만 대출해주면 되기 때문에 140%로 돼 있는 담보 비율만 유지하면 대출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태훈/김재후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