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미 더모델즈 대표 <somi7@paran.com>

오늘도 브라운관과 스크린,잡지 속에서 화려한 스타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스타는 밤하늘의 별처럼 어두운 밤 길잡이가 되어주기도 하고 새로운 꿈을 갖게 해주기도 한다. 그런 스타는 우리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에만 있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스타는 자기 분야에서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프로페셔널한 사람이다.

스타급 패션모델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오디션과 프레젠테이션을 거치는데,이때 내 머릿속에 항상 따라다니는 단어는 '프로페셔널'이다. 프로 근성의 유무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패션모델을 방송과 드라마로 진출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그들은 만들어진 아름다움과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만 만족하고 자신이 런웨이에 오르는 진정한 이유를 쉽게 망각한다.

옷에 작은 얼룩이나 주름 하나도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게 디자이너 심정이다. 옷을 보여주기 위해 무대에 서는 모델이라면 이런 디자이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제아무리 뛰어난 외적 요소를 갖추었다 해도 프로의 자세와 예절을 갖추지 않았다면 좋은 모델이 될 수 없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의 세계에 뛰어들면 상처를 받기도 한다.

컬렉션 현장에서 리허설 할 때였다. 모델이 의상을 입지 않고 들고 나오는 과정이었는데,교육이 부족하고 마음가짐이 안 된 한 모델이 옷 갈아입는 걸 도와주는 헬퍼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자기 역할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대뜸 "너 모델 맞아? 헬퍼지?"라고 혼내는 바람에 상처 받은 모델은 그만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 모델에겐 평생 잊혀지지 않을 가슴 아픈 상처가 됐겠지만 내 가슴 또한 아팠다.

프로는 장소에 적합한 행동을 하고,장소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패션모델이 패션쇼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고 다른 욕심을 지니고 있다면 프로가 될 수 없다.

물론 프로의 부재가 패션 업종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눈앞의 이익만 좇고 깊이 생각하지 않는 인터넷 사회이다 보니 "똑똑한 사람은 많은 데 일 잘하는 사람은 없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프로처럼 보이는 사람은 많아도 진정한 프로가 기근인 시대다. 진정 아름다운 프로를 키워내고 존경할 줄 아는 성숙한 사회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