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저협, 불법음원 방조 … 저작권료 내라
포털, 요청하면 삭제 … 법적 문제 없다

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가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이 저작권 침해를 방조했다며 지난 7월 형사 고소를 한 데 이어 최근 두 포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냈다. 소리바다 등 음악 전문 사이트에서 불붙은 저작권 분쟁이 인터넷 포털로 번지는 양상이다.

◆수십억원대 소송으로 비화


음저협은 약 8000명의 작사ㆍ작곡가의 저작권을 신탁 관리하고 있는 단체다. 이들의 주장은 '포털이 그동안 훔친 물건으로 장사했으니 대가를 치르라'는 것이다. 유형석 음저협 법무팀장은 "네이버와 다음은 블로그,카페 등에 불법 음원을 자유롭게 유통시킴으로써 네티즌을 끌어모아 광고 수익을 늘리는 데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포털의 광고 수익 가운데 일정 부분을 저작권 사용료로 내라는 게 음저협의 요구다. 소리바다의 경우 음악 서비스를 유료화하고 가입자당 서비스 이용료 월 6000원 가운데 3081원(총 20억여원)을 저작권료로 내고 있다. 음저협이 청구액을 아직 제시하지 않았지만 포털의 매출이 소리바다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백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에 대해 NHN 등 포털 입장은 강경하다. 저작권법에 규정된 의무를 모두 지켰다는 것.NHN 관계자는 "현행 저작권법엔 포털 등 서비스 제공업체가 불법 음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할 의무는 없다"며 "저작권자의 신고가 들어오면 즉각 삭제할 의무만 있고,이를 준수했다"고 말했다.

윤태욱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산업과 사무관은 "포털이 불법 음원 유통을 통해 어느 정도의 광고 수익을 얻었는지 산정하는 게 관건"이라며 "저작권법 시행령상 백화점 등 대형 매장은 음원 사용이 매출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저작권 사용료를 내도록 돼 있기 때문에 근거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포털,음원 필터링 나서

포털들은 저작권 분쟁을 의식,공짜음악을 대폭 줄이고 있다. NHN은 음원 DNA 추출 기술을 통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음원과 똑같은 복제물이 블로그 등에 올라오면 다른 이들이 볼 수 없도록 처리하는 시스템을 연내에 구축키로 했다. 김윤명 NHN 정책지원팀 차장은 "이 시스템의 불법 음원 차단율이 90%를 웃돈다"고 말했다. 다음 역시 올해 안에 음악 저작권 필터링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음저협은 한 술 더 떠 네티즌이 MP3 파일을 올리지 못하도록 포털이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부가 지난 7월 입법 예고한 저작권법 개정안도 공짜 음악 청산에 큰 몫을 할 전망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반복적으로 불법 복제를 하는 네티즌에 대해서는 문화부 장관이 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포털 등 서비스 제공업체에 이용자 아이디(ID) 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