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연체율 낮아

불황과 금융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은행 경영실적의 차별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무리한 자산 확충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던 곳은 경영지표가 급격히 악화된 반면 선제적으로 위험을 관리해 온 은행들은 안정적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수익성ㆍ건전성은 신한ㆍ국민 우수

11일 주요 시중은행들이 발표한 3분기 경영실적을 비교분석한 결과 수익성과 자본건전성 측면에서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가장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신한은행은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세계 톱 수준인 3% 중반을 유지했다. 국민은행은 NIM에서 2.98%를 기록,3%대에 거의 근접했다.

우수 금융회사의 바로미터가 되는 총자산수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에선 국민은행이 1.0%와 15%로 우수한 성적을 냈다.

신한은행도 1.0%의 ROA와 14% 중반대의 ROE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선제적 자본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경기악화에 대비,외형 확대를 자제하면서 위험자산을 축소해왔다"고 말했다.

◆여신위험 관리 외환은행이 잘해

반면 신한은행은 연체율과 고정이하 여신비율의 경우 시중은행 평균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와 연체율을 합산할 경우 위험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국민은행도 이 두 부문에서 평균 수준에 그쳤다.

외환은행은 고정이하 여신비율과 연체율이 가장 낮아 위험관리에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외환은행은 ROA도 1.0%대를 유지,리처드 웨커 은행장을 비롯한 외국 출신 경영진이 무리한 영업이나 확장경영을 자제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기업은행은 연체율이 낮지만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유일하게 1%를 초과했다. 은행 특성에 맞게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우리은행의 경우 대기업 여신비중이 가장 높은데도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0.75%로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3분기 들어 ROA와 ROE가 급락하는 등 무리한 자산 확충에 따른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전체적으로 올들어 9월까지 국내 은행들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8조4000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36.2% 감소하는 등 이익창출 능력도 떨어지고 자산건전성도 악화되고 있다"며 "다만 추가 부실위험에 대비,충당금 적립을 늘리는 등 위기상황에 잘 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은행들이 2000년 이후 호황기를 누리면서 구사해온 확장전략의 댓가를 치르고 있다"며 "불황이 심화될 수도록 각 은행의 경쟁력 격차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