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황으로 의류업체들이 현상 유지도 버거워하는 가운데 고속 성장을 질주하는 브랜드가 있다. 5년째 국내 아웃도어 시장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다.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 골드윈코리아(영원무역 자회사)를 통해 국내에 처음 진출한 노스페이스는 2003년 이후 매출이 연 평균 30% 급증,지난해 32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도 25% 늘어난 4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스페이스는 날씨에는 영향받아도 경기에는 영향을 안 받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고급 아웃도어 브랜드의 경쟁이 치열한 백화점에서도 노스페이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현대백화점의 올 1~10월 아웃도어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2.4%지만 노스페이스의 성장률은 2배를 웃돈다. 이성우 현대백화점 스포츠 바이어는 "입점한 9개 아웃도어 브랜드 중 노스페이스의 매출 비중이 4분의 1이며 특정 시즌을 가리지 않고 연중 높은 신장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노스페이스의 약진 비결은 바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점이다. 아웃도어 의류가 등산뿐 아니라 각종 레포츠와 외출 때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어 고객층의 저변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패션ㆍ의류 업체들이 매출 부진으로 울상인 반면 아웃도어만은 10% 안팎의 성장세를 이어가고,그 중심에 노스페이스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스페이스는 특정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을 펴지 않는다. 모든 연령대를 다 고객으로 아우를 수 있다는 얘기다. 성가은 골드윈코리아 마케팅팀장은 "손주부터 할아버지까지,즉 7세 어린이부터 70세 노인까지 3대가 함께 입는 유일한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7살짜리 어린이는 노스페이스 로고 티셔츠를,10~20대는 바람막이 재킷과 배낭을,40~50대는 등산복을,60~70대는 모자와 등산화를 착용한다. 이성우 바이어는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와서 구입하는데 부모도 사가는 모습을 종종 본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노스페이스가 트렌디한 제품을 추구하는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스테디셀러 제품으로 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특별히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이어서 초기에 선보인 모델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나간다.

대표적인 제품이 '프리 재킷'(일명 바람막이 재킷ㆍ사진)으로 7년째 노스페이스의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고생들은 교복 위에 이 재킷을 입고,30~40대 직장인은 출근할 때 재킷으로 입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밖에 대학생 가방으로 인기 있는 '레콘 백팩','보레얄리스 백팩' 등이 노스페이스의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는 효자 품목으로 꼽힌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