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약침'을 말기 암환자들에게 시술하고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한의사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노태악 부장판사)는 말기암 환자들로부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시술을 해주고 2억여원의 의료비를 받은 혐의(부당이득) 등으로 기소된 한의사 박모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부당이득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1심에서 실형이 내려졌음에도 검찰이 항소심 선고 후 이례적으로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산삼약침 부당이득에 대한 박 씨의 혐의는 무죄로 확정됐다.

박씨는 2004년 4월 위암 말기 환자인 정모 씨가 1년 안에 사망한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내원하자 산삼약침을 하면 더 살 수 있다며 치료비로 5천600만원을 받아 적정 진료비보다 4천700여만원을 더 받는 등 11명의 말기암 환자들로부터 2억2천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산삼약침 요법의 효력이 입증되지 않았고 현단계에서 말기암 환자들에게 직접적 효능을 기대하기도 어려우며 2010년에야 치료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요법이라는 이유로 박 씨가 말기암 환자들과 가족의 절박한 상태를 교묘히 이용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박 씨가 이들로부터 받은 치료비가 통상의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비싸 별다른 치료 효과를 얻지 못한 환자나 가족들에게 경제적인 고통이 추가된 것은 맞지만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유죄라는 증명이 된 것이 아니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말기암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더이상 치료를 포기한 상태에서 피고인의 한의원을 찾아가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했고 `병원 측에 일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자필서명을 하고 치료 효과의 한계를 인정한 점에 비춰볼 때 환자들의 `급박한 곤궁을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피해자들은 시한부 말기암 환자로 단기간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했고 산삼약침은 일부 학계에서 효능을 주목받는 점을 고려할 때 병원에서 예상되는 암치료 비용보다 비싸게 치료비를 받았다 해도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는 내용을 광고(의료법 위반)하고 약사 및 한약사 자격이 없는 이들에게 산삼탕약을 조제(약사법 위반)토록 했으며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해 박 씨에게 벌금 5천만원을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